농진청 특허기술 민간기업에 이전
종자산업 육성 위한 전담 기관으로
안호근 제5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소재 aT센터에서 <대한경제>와 만나 K-농업의 비전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사진=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과거에는 우리 농업이 수작업 위주였고 농지 면적도 미국, 캐나다 같은 나라 대비 작 한국의 농업 경쟁력 자체가 약하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이 도입되면서 미래농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첨단 스마트농업의 실현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경제>는 지난 22일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안호근 원장을 만났다. 2022년 3월 제5대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한국농업이 외국에 뒤처질 이유가 전혀 없다”며 “우리 청년농업인 중 이미 지식과 관련 기술을 갖춘 이들이 많아 경쟁력도 있고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농진원은 앞으로도 차세대 스마트팜, 자동화·무인화 시스템 등 농업을 발전시킬 혁신 기술을 지원하는 중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재단에서 농진원으로 탈바꿈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 바꾸게 된 배경은?
원래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었다. 일반 제조 및 서비스업 분야는 기술개발을 민간 사업가들이 하지만 농민들은 기술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재배 특허를 냈는데 어느 순간 개발된 기술을 현장에서 실용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같이 농진청에서 개발한 특허기술 또는 일부 민간 기술을 현장에서 사업화하자는 취지로 실용화재단이 설립됐다. 이후 농업 벤처창업 업무, 종자 보급, 스마트팜, 스마트농업 육성 등 담당하는 업무가 늘어나 새로 확대된 기능에 맞게 이름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 변경됐다.
농진원의 주요 업무와 그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주요 업무는 농진청에서 개발한 특허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는 것이다. 최근 7년 연속 매년 1000건 이상을 기술이전 했고 작년엔 약 1450건으로, 이는 국내 기술거래기관으로써 유일하다. 기술사업화 성공률도 약 43%가량 되는데 세계적으로 탑 수준이다. 농식품 분야 벤처창업기업도 육성하며 매년 350여개의 벤처창업기업을 선정해 정부 자금지원과 민간투자 유치를 돕고 있다. 시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하는 것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최대 5년까지 뒷받침 해주고 지원받은 기업 경우엔 매출액이 많이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매출이 전보다 한 35% 정도 증가했고 벤처 창업계 쪽에서는 시중에 자금이 말랐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농진원은 민간투자를 1000억원 이상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농진원의 핵심 업무는 농업의 기술사업화이다. 기술사업화 사업의 우수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면?
먼저, 굳지 않는 떡이 있다. 보통 새벽에 떡방앗간에 가서 떡을 가져오면 오후엔 떡이 굳는다. 그러나 농진원에서 굳지 않는 떡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900여개의 사업체에서 해당 기술을 이전해갔다. 그 다음에 속성 장 제조 기술을 통한 고추장이 있는데 5년간 매출이 200억원 이상 된다. 단순한 고추장이 아닌 물만 부으면 몇 개월이 후 고추장이 되는 키트이다. 장기간 고추장이 숙성돼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체험활동으로 인기를 끌었다.
농진원의 또 다른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종자 산업 육성이다. 우수 종자의 확보와 보급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농진원의 종자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연구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육성한 우수 신품종을 농업인에게 신속하게 보급하는 일과 민간 종자기업 지원을 통한 국내 종자산업 육성이다. 매년 농진청과 지방농업기관에서 200여개의 신품종이 개발되고 수요가 높은 품종을 선정 및 생산해 보급한다. 또한, 농진원은 종자 산업육성을 위한 전담기관으로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 및 운영, 첨단육종기술서비스 제공, 국제종자박람회 주관, 종자생명산업 맞춤형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종자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애쓰고 있다. 국내 종자 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종자 박람회도 개최하고 있으며 종자 박람회를 통해 국산 종자의 해외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출계약도 지속 증가하는 추세로 농진원에선 연간 약 4000톤의 종자를 공급하고 있다. 종자가 워낙 인기가 좋아 농업인들이 많이 찾는데 미처 수요를 다 못 맞출 정도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한국 농업의 미래를 묻거든, 농진원을 보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농진원을 키우는 것이다.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 우리나라 농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기술 중심의 산업구조로 가는 길에 있어 농진원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친환경 농기계 부품 시험동 등 대규모 기반조성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안호근 농진원 원장은?
196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안 원장은 춘천고와 서울대를 졸업했고,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1987년 첫 공직생활을 시작해 △농림수산부 행정사무관 △농림수산부 기획예산담당관 △농림부 축산정책과 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에는 제36대 농업연수원 원장을 맡았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정책국 국장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원예정책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본부장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 국장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 실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를 거쳐 지난 2022년 제5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원장 자리에 앉았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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