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건설업계는 물가 배제특약 무효 판결이 당장 쌍용건설과 KT의 법정 다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현재 KT그룹이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한신공영 등과도 물가 배제특약이 담긴 도급계약을 체결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이 쌍용건설과의 소송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따라 다른 건설사와의 특약 유효성도 좌우되는 탓이다.
나아가 공공공사에서의 공사비 분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습도 읽힌다.
앞서 대보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세종시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공사에서 약 300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면서 LH와 갈등을 빚었고,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발주처 눈치를 보며 공사비 증가분을 감내했던 건설사들이 생존이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자 강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사 임원은 “공공현장 중 2019년에서 2022년 사이 착공한 현장들은 대부분 적자”라며 “물가변동분을 인정해준다고 하면서도,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인상분을 제대로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이 공공기관과의 공사비 인상분 조정 협의에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대법원 판결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원칙적으로 특약의 효력을 부인한 판결이 아니란 점에서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실장은 “2020∼2022년 사이의 급격한 물가변동만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한 판결이고, 해당 프로젝트가 상당히 특수한 경우여서 판결이 다른 민간공사 계약에 준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해당 건은 이미 진행한 공사에 대한 공사비 조정이 아닌, 품목조정률 적용에 따른 특정 공종 착공 거절 사유에 대한 판결이다. 진일보한 판결이긴 하나 민간공사 전반의 공사비 분쟁 불씨를 끌 수 있는 판결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건설협회 역시 “민간공사에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받으려면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강행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개별 사건 판례에 의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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