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과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하자 정부가 20일 대(對)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카드라는 초강경책을 꺼내들었다. 그간 위태로웠던 한러관계가 최악의 위기로 치달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해 상호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북러 조약 체결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러간 무기 운송과 유류 환적에 관여한 러시아와 북한, 제3국의 선박·기관·개인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대러 수출통제 신규 품목을 추가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그간 우리 정부 방침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이는 러시아가 한국에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 전부터 북러간 협력이 한반도 평화ㆍ안정에 저해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러시아에 전달했고, 합의 결과에 따라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터였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한반도 유사시 자국의 군사적 개입 여지를 담은 조약을 새로 체결하고 대북 첨단 군사기술 지원 가능성까지 위협하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의 대러제재 참여를 시작으로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하는 중에도 양국은 관계 관리 필요성에 수시로 공감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 정부의‘유화 메시지’를 계기로 모처럼 돌파구가 마련되나 싶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됐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정세의 변화와 동북아 ‘신냉전’ 구도에 얽매인 현실이 재확인된 것이다.
특히 정부가 앞으로 어떠한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실행까지 나아간다면 러시아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 전인 지난 5일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혀 러시아 측의 ‘레드라인’을 한국에 재확인시킨 바 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러관계 복원은 당분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기자 yna@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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