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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에 상법개정까지… “경영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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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25 05:00:26   폰트크기 변경      

8개 경제단체 ‘상법 개정’ 반대

정부ㆍ국회에 공동건의서 제출

경쟁력 약화ㆍ사법리스크 우려

배임죄 폐지와 연계 처리 거부감


주요 국가별 배임행위에 대한 법정형량. / 표 :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대한경제=한형용ㆍ이승윤 기자]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부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자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 판단을 형법으로 단죄하는 배임죄에 대한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까지 확대할 경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25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현행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계획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공동 건의서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할 경우, 기업의 신속한 경영판단을 막아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형법상 배임죄 처벌 등 사법 리스크가 막중해질 수 있다”면서 “경영권 공격세력에게 약용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배임죄 폐지를 제안한 것을 두고도 “‘배임죄 폐지’라는 떡밥을 걸고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려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재계의 숙원인 배임죄 폐지를 수용해주는 척하면서 결국 이사의 충실의무를 법제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단체들은 ‘경영권 족쇄’로 작용하는 배임죄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경제 5단체(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공동으로 주요 6개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형법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에 더해 회사법상 특별배임죄 처벌규정을 두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 가중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로벌 스탠더드 규제개선 공동 건의집’을 발간했다.

다만, 재계는 증시 밸류업을 위한 상법 개정안과 배임죄 폐지안을 맞바꾸자는 정부 주장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배임죄 폐지 검토는 (재계의 오랜) 숙원 과제가 맞다”면서도, “그렇더라도 이를(배임죄 폐지안)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를 포함시키는 상법 개정과 연계해 처리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별개의 개념으로 병렬적으로 규정한 해외 입법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임죄와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기업가 정신’의 퇴보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과도한 처벌이 기업인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며 “실패한 경영에 대해 사후에 배임죄를 적용하는 대신 상법에 ‘경영판단 원칙’을 도입해 기업가 정신의 활로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형용ㆍ이승윤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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