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첫 TV 대선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그를 지지했던 주요 언론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대표적 진보 매체인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 제하의 사설까지 실었다.
논설실 명의로 게재된 이 사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토론을 통해 차기 임기를 수행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했지만 오히려 81세의 고령이란 점만 부각됐다고 짚었다.
NYT는 “그는 연임 시 뭘 이뤄낼지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트럼프의 도발에 대응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최소 한 차례 이상 문장을 끝까지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안고 있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안정을 위험에 처하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트럼프 2기 집권에 맞서 명확하고 강력하며 에너지 넘치는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더 잘 갖춰진 (다른) 민주당 지도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결은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제안해 성사된 자리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바이든이 직면해야 할 진실은 스스로 준비한 테스트에 실패했다는 것”이라면서 “바이든이 현재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봉사는 재선 도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NYT는 민주당에도 “거짓말로 점철된 후보(트럼프)를 타도할 가장 확실한 길은 미국 대중을 진실되게 대하는 것이다. 바이든이 대선경쟁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를 대신해 11월 트럼프를 쓰러뜨릴 더 역량있는 누군가를 선택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력 언론인들도 잇따라 ‘중도 하차’를 주장하고 나섰다.
MSNBC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 진행자인 조 스카버러는 “그날 밤 그는 입을 벌리고 앞뒤로 눈을 움직이면서 (토론시간) 상당부분을 보냈다. 그는 트럼프가 하는 말의 진위를 따지지 못했고, 연신 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TV로 중계되는 바이든의 토론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면서 “조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좋은 대통령이지만 재선에 나서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자서전을 집필한 언론인 에반 오스노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4년전보다) 명백히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CNN 소속 정치평론가 반 존스는 “그(바이든)는 오늘 국가와 지지층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시험을 치렀으나 실패했다”면서 “이 당(민주당)은 앞으로 나가기 위한 다른 길을 찾을 시간이 있다”고 말해 후보 교체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이튿날 대선 경합주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유세를 재개, 후보 교체론을 정면으로 일축했다. 그는 “나는 진심으로 내가 이 일(대통령직)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정말 솔직히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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