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심화영 기자] LG그룹이 ‘전장(자동차 전기ㆍ전자 장비)’ 사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의 자동차 전장사업 진척은 지난 2018년 6월 취임한 구광모 LG 회장의 ‘뚝심’이 빚어낸 결과다. LG는 ‘가전ㆍ휴대폰’ 중심의 소비자간거래(B2C) 기업 이미지에서 어느새 ‘전장사업체’로 탈바꿈했다. 이른바 전장부품부터 배터리, 전기차 충전까지 ‘차체’ 빼고 다 만드는 풀라인업을 갖췄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LG의 재계 순위는 삼성, SK, 현대자동차에 이어 4위(계열회사수 60개)다. 지난 2018년 123조원이었던 LG그룹의 공정자산 총액은 지난 5월 기준 178조원으로 증가했다. 6년 새 순자산이 55조원 늘어났다. 계열 분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LG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리했고, 2022년에는 모바일(스마트폰) 사업도 철수했다. 대신 LG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ㆍ배터리ㆍ자동차 전장ㆍ냉난방공조’ 등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전장사업을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간판사업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 회장의 의지를 드러낸다.
LG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전장과 인공지능(AI) 주요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주축으로 수요가 커지는 냉매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둔화)으로 자동차 전장산업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LG는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를 구심점으로 한 전장ㆍ충전ㆍ냉매 등 신사업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장사업은 LG전자를 필두로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다. 현재 LG전자 전장사업은 △VS사업본부(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자회사 ZKW(차량용 헤드램프)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구동모터)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LG전자 전사 매출 대비 VS사업본부 매출 비중은 12%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조명 모듈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장사업 매출을 5년 안에 5조원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얇은 기판에 여러 개의 광원 패키지를 붙여 만든 차량 조명 부품 ‘넥슬라이드’를 앞세워 전장부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전장 패널을 생산하는 구미 사업장 외에 파주 사업장에서도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양산할 계획이다.
LG의 전장사업에선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핵심 사업이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인 인사이드이브이(insideevs)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초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첫 EV 충전기 생산공장을 열고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난 3월 EV트렌드코리아에서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에서는 점유율 10%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LG전자 냉매사업도 호조다. LG전자의 초대형 냉방기 ‘칠러(Chiller)’는 해외 시장에서 최근 3년간 연평균 40%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칠러는 냉매로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 대형 건물 등에 냉방을 공급하는 설비다. 칠러는 LG전자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B2B 냉난방공조(HVAC,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성장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의 4세 경영인으로 그의 리더십 아래 LG는 신성장사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B2B 사업 강화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계열사 간 협력을 극대화해 시너지를 내고 이를 통해 LG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공정위 |
지난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이 미국 테네시에 위치한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찾아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주LG
LG전자 칠러 대표 제품인 터보 냉동기 /사진:LG전자 |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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