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 진상 파악 지시
수사팀 검사 반발해 사의
일각에선 “이창수 중앙지검장
보고규칙 준수 여부 확인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이른바 ‘총장 패싱’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사과하는 등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이 총장의 진상 파악 지시에 중앙지검 수사팀 검사가 반발해 사의를 밝히는 등 검찰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사진: 연합뉴스 |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부는 이 총장의 지시에 따라 중앙지검이 사전 보고 없이 김 여사 조사를 진행한 경위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 20일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검찰청이 아닌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하면서 대검에는 그 사실을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사후 통보해 논란을 불러왔다.
그동안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강조해 왔던 이 총장은 전날 출근길에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이 지검장은 전날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김 여사를 조사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여러 차례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개입이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해 불가피하게 대검에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중앙지검의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 총장의 진상 조사 지시를 사실상 감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앙지검 형사1부에 파견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을 수사하던 김경목 부부장검사는 전날 “사건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돼 화가 나고 회의감이 든다”며 사표를 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진상을 파악한 뒤 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앞으로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대검과 중앙지검 간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SNS를 통해 “검찰총장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지휘권이 없으니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며 “이 지검장이 검찰보고사무규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보고사무규칙은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중대한 사건’을 수사 중인 각급 검찰청의 장은 상급 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게다가 이 총장이 최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회복을 구두로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극도로 제한적이어야 하는데,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복원하라는 장관의 지휘도 수사지휘권의 발동에 해당한다”며 “이는 박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밝혀온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김 여사 사건 수사 결과의 신뢰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김 여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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