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프로젝트 참여하고, 美•英 업체와 ‘기술 동맹’
‘i-SMR 홀딩스’ 설립 참여…실증 작업 주도
건설업계 “플랜트 사업 연계…시공 넘어 발전 수익 기대”
미국 '뉴스케일사'의 SMR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 삼성물산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은 개발 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공기업이 주도하던 대형원전 비즈니스 모델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 시공 단계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SMR 상용화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의 플랜트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SMR 개발 사업에 참여 중인 국내 주요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SMR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출범한 민관 합동 ‘SMR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사업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SMR 얼라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중 협회 전환을 목표로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며, 추후엔 민간 합작 사업화법인 ‘i-SMR 홀딩스’를 설립해 실증사업을 주도할 예정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SMR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SMR 개발은 각 수요지에 따라 다양한 사업 모델링이 가능하고, 발전소 시공 외 전력ㆍ수소ㆍ열 생산 등에 따른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사업비 또한 대형원전 대비 1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재원을 직접 조달해 발전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특징도 지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 원전 관련 시장은 대형원전 몇 기를 수주하느냐가 아닌, SMR의 사업화 전략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도 i-SMR 실증사업에 민관 협력 방침을 공언한 만큼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은 2021년 SMR 설계 분야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해 왔다. 최근에는 뉴스케일을 포함한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 루마니아 SMR 기본설계에 참여하면서 보폭을 넓혔다. 루마니아 SMR 사업은 도이세슈티 지역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462㎿ 규모의 SMR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로, 본궤도에 오르면 삼성물산이 시공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은 미국 원자력 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우크라이나 SMR 건설을 위한 협력계약을 맺었다. 이는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160 파일럿 프로젝트의 전력망을 연결하고, 중장기적으로 20기를 배치하는 사업이다. 또한 영국 발포어 비티, 모트 맥도날드, 홀텍과 함께 영국 원자력청의 SMR 기술 선정 사업에 공동 참여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루마니아 원자력규제기관(CNCAN)으로부터 SMR의 기자재 설계, 제작, 구매, 시공 및 서비스를 위한 인증을 취득했다.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는 현재 30년 추가 운전을 위한 설비개선사업을 진행 중인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인증을 통해 1호기 설비개선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박수진 KINGS 에너지정책학과장은 “자동차 모델을 개발할 때 목표 시장을 설정하고 디자인에 들어가는 것처럼 SMR도 수요처가 원하는 노형을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각 사업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전략적으로 짜야 한다”라며, “기술 개발 단계부터 사업화 전략, 영업, 마케팅 등 전 과정의 의사결정에 민간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원전 산업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