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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의 진화... 1.5조시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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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12 16:56:35   폰트크기 변경      
문화산업의 뉴콘텐츠로 급부상...수만명 작가들 카카오톡-네이버 치열한 입점 경쟁



그림과 기호, 글자의 조합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이른바 이모티콘(emoticon)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이모티콘은 감정(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로 온라인상 대화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소통의 수단이다. 최근에는 문화산업으로 급부상하며 시장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국내 처음 등장한 카카오 이모티콘은 13년만에 누적 구매자 수가 3000만명에 달하고, 시장 규모 역시 1조원을 넘어섰다. 네이버 밴드, 네이버 오지큐마켓 등을 합하면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는 2017년 누구나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는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탄생시켰다. 작가들이 그림을 그려서 상품을 출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을 연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가 공모해 시장에 선보인 이모티콘만 60만여개 이른다. 그만큼 카카오톡은 이모티콘 시장을 사실상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 이모티콘의 이러한 공격적인 외형 성장 전략은 다양한 상품을 미끼로 더 많은 이용자를 유인해 플랫폼의 쓰임과 지배력을 높이는 ‘네트워크 효과’를 노린 ‘혁신 경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지큐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띠뚜네 작가의  이모티콘.                                                                             사진=오지큐 제공

일단 기발한 상품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면 작가와 이모티콘 구성이 다양해지고 다시 더 많은 소비자가 찾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이모티콘이 소비되는 플랫폼은 카카오톡 외에도 네이버 밴드, 네이버 오지큐마켓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카카오톡은 가장 큰 이모티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모트콘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급부상한 이유는 뭘까. 이모티콘 하나로 텍스트보다 수월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대중적으로 흥행한 이모티콘은 캐릭터 IP(지식 재산권)를 활용한 사업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창작자, 대기업, 지자체 및 ‘N잡’에 관심있는 MZ세대까지 창작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띠뚜네 작가의 이모티콘                                            사진=띠뚜네 제공


카카오톡에 5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한 띠뚜네는 이모티콘이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대화의 수월성과 친근감’을 꼽았다.

“온라인 대화를 훨씬 재있게 해주는 것이 이모티콘의 역할입니다. 텍스트만으로는 무미 건조해지기 쉬운 감정표현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을 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축하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굿모닝’ 등 텍스트로는 표현하기 힘든 김정을 이모티콘으로는 단번에 감정이입이 되거든요.”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릭터 이용자들의 대부분은 ‘주로 본인의 감정 및 상황을 표현하거나 텍스트를 대신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하여 이모티콘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 역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카카오톡과 카카오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모티콘 플러스’의 월 구독료는 할인 혜택까지 더해 3900원만 지불하면 된다. 아이폰에서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구입할 경우 매달 6900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구글 플레이를 통하면 월 구독료는 5700원이다. 작품(24개 컷) 당 판매가격은 1500원(네이버)~2500원(카카오)이다.

전문가들은 이모티콘 시장 확대의 일등공신을 스타트폰의 보급률 확대에서 찾는다. 이모티콘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 소통용 모바일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세계 1위다. AI 스마트폰(AI폰)의 보급률 역시 올해부터 매년 10%포인트 안팎으로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전체 스마트폰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인들이 온라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만큼 당연하고 익숙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모티콘 작가와 기업이 공생하는 ‘아트 컬래버레이션(art collaboration: 예술적 협업)’도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아트상품 전시를 통해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가 하면 작품 로열티 수익을 올리는 작가도 적지 않다. 작가와 상품 브랜드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이모티콘 아트페어(장터)도 생겨났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수원메쎄에서 열린 ‘애니멀 포럼’에는 일부 작가들이 참가해 이모티콘 아트상품 판촉전을 벌였다. 작가에게 일감을 더해주고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통해 고부가가치 이미지를 도운 이모티콘아트페어여서 더욱 주목 받았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이모티콘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요즘 작품과 상품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경향의 ‘아트 라이프’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기업은 상품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작가들은 창작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문화예술과 기업의 융복합 전략은 피렌체의 명문가문인 메디치가의 출현으로 시작된 500년 전 르네상스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꾸준히 확산될 전망이다. 작가들은 창작에 전념할 여건을 마련하고, 기업은 이미지 개선과 함께 신제품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등에 관해 자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모티콘 작가들의 생존경쟁도 치열하다. 매번 이모티콘 상품 하나를 카카오톡과 네이버에 입점시키기 위해서는 수만명의 작가들과 싸워야 한다. 입점만이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첫 승인을 받지 못해 실력을 인정받기 전에 아예 작가를 포기하기도 한다.

심사 과정도 만만치않다. 이모티콘 승인과 출시까지 거친다면 평균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진입장벽이 결코 낮지않다는 게 작가들의 얘기다.

전문가들은 “오롯이 기발하고 참신한 기획과 꼼꼼한 완성도에 집중하는 것만이 이모티콘 작가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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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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