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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함께 달려온 지하철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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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14 11:04:43   폰트크기 변경      

지하철 1호선 종로선 개통식.


1974년 8월15일 첫 개통

서울∼청량리 9.54㎞로 시작

지금은 11개 노선 338개 역


[대한경제=임성엽 기자]50년 전인 1974년 8월15일, 광복절에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당시 가장 번화했던 서울시내 구간 9.54㎞에 지하철이 뚫렸다.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의 출발점이다. 10㎞도 안 되는 짧은 구간으로 시작한 지하철은 이후 도시 발전과 시민 삶의 변화를 견인했다.

서울지하철은 1개 노선, 9개 역으로 시작해 50년이 지난 현재 11개 노선, 338개 역으로 40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서울지하철 누적 수송인원은 800억 명을 돌파했다. 수도권 주민 1인당 3478회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얘기다.

지하철은 단순히 시민 교통 편의성 증대부터 1000만 서울 도시공간 구조 혁명, 서울과 수도권을 ‘2300만 메갈로폴리스’로 묶은 출발점이 됐다. 인프라 건설이 견인한 일상혁명이다.

우리 지하철의 우수성은 자화자찬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여행 중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낡고 위험스러운 지하철을 경험해본 사람들이이라면 한국 지하철이 ‘세계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A노선을 시작으로 지하 50m 대심도를 시속 180㎞로 달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차례로 준공되면 대한민국 지하교통체계는 또 한 번 도약하게 된다.

다만 숙제도 많다. 지금까지의 성공이 미래 50년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재 서울은 지하철도 추가 건설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퀀텀 점프를 위해선 혼잡도 완화 등 교통불편 해소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하철 운영기관들의 눈덩이처럼 쌓이는 빚과 이에 따른 안전 문제도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숭례문 앞 지하철 1호선 건설 공사 현장.


선진국 도약 지렛대 된 지하철
도시 공간과 문화도 혁신
토목 건설기술 혁명


“대망의 80년대, 선진국 향한 우렁찬 기적 울리다.”

1974년 8월15일.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개통식에 참석한 어느 시민의 소감문이다. 꼬박 50년 뒤 이 시민의 희망은 현실이 됐다. 서울지하철은 한국 △대중교통체계 △건설기술 △도시공간 △도시문화 등에서 혁신을 이끌어내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지렛대가 됐다.

서울지하철 개통 직후 1시간 편도 기준 수송인원은 3만7200명으로 추산됐다. 같은 시간 대비 자동차 수송인원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이동시간도 버스 대비 25분 단축된 18분이었다.

‘코리안 타임’을 없앤 정시성과 이동시간 단축 면에서 시민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대중교통체계의 변화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1984년 버스 대비 17%에 불과했던 지하철 수송분담률은 1997년 버스를 추월한 뒤 지난 2022년 43.5%를 기록하면서 핵심 교통수단으로 위상을 정립했다.

지하철 건설은 토목기술 혁명도 촉발했다. 지금도 지하철 공사는 토목 공종 중에서도 ‘난(難)공사’로 평가받는다. 도심지를 관통해야 하는 지하철은 수십, 수백만 유동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공사를 진행한다. 토목부터 건축, 전기, 신호, 통신 등 20개 산업이 함께 그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1970년 발족한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는 “정성으로 건설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서울지하철 건설공사는 1호선부터 최초의 연속이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방진공법’, 터널과 한강 바닥 관통을 위한 NATM 공법, 쉴드 TBM까지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지하철 건설공사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건설사들은 이후 국내에서는 KTX 등을, 해외에서는 이라크,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곳곳의 철도와 지하철 건설공사를 완수했다. 국내에서 쌓은 경험이 해외건설 시장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도시공간 혁신도 창출했다. 도시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여기에는 지하공간이 포함됐다. 1970년대 강북에 72%가 몰렸던 서울 인구는 도시의 핏줄, 지하철 노선을 따라 강남과 영등포 등 신도심으로 이동했다. 지하철을 통해 서울 도시기능이 분산ㆍ확장된 것이다.

혁신은 미래 50년을 향해 다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철도로 단절된 도시공간을 연결하고자 ‘철도 지하화’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향후 철도 지하화를 통해 창출된 새로운 공간은 공원부터 주거, 업무, 여가시설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을 기대를 모은다.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공간 밑그림을 다시 그릴 기회라고 평가받는다.

물류 혁명도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7월을 목표로 지하도시 물류 테스트베드 운송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택배 물동량을 서울시내 촘촘히 형성된 지하철도 선로를 통해 소화하면 시민 편의는 물론 도심지 택배차량 감소와 도로정체 해소, 환경오염 저감도 기대된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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