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서용원 기자]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 신임 총리에게 조언은 하겠지만 공식적인 역할은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방콕포스트와 타이PB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패통탄 총리가 국왕 승인장을 받은 전날 언론 등에 “전화로 모든 문제에 대해 조언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문직을 맡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내가 앞에 서 있었고 딸이 내 뒤에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뒤에 있다”며 “나는 너무 늙었다. 이제 75세”라고 덧붙였다.
2001년 총리가 된 탁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으며, 2008년 부패 혐의 재판을 앞두고 출국했다.
그는 자신의 세력인 프아타이당이 집권한 지난해 8월 15년 만에 귀국했다. 8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나 지난 2월 가석방됐고, 지난 17일 왕실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프아타이당 대표였던 패통탄은 지난 16일 37세에 역대 최연소 총리로 선출됐다.
정치 경력이 3년으로 일천한 패통탄이 총리 자리에 오르자 부친인 탁신이 ''상왕'' 역할을 하며 막후에서 조종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그가 내각 구성이나 정책 등에 관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탁신 전 총리는 새 내각 구성은 총리 책임으로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통탄이 경제와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조직을 방문해 지원과 협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패통탄 총리는 같은 날 법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 한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패통탄 총리는 "이 큰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경험 있는 이들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버지나 고모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같은 운명을 맞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그런 운명에 처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아버지와 고모도 마찬가지"라며 "최선을 다해 내 임무를 수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잉락 전 총리는 2014년 권력남용 등의 혐의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됐다. 이후 부패와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선고를 앞두고 출국해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편, 탁신 전 총리에 대한 왕실모독죄 재판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탁신 전 총리 변호인은 법원이 이날 증인과 증거 목록 조사 이후 내년 7월에 증언을 듣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탁신 전 총리는 약 1년간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셈이 됐다.
검찰은 2015년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왕실 비판성 발언이 왕실모독죄에 해당한다며 지난 6월 탁신 전 총리를 기소했다.
첫 심리일이었던 이날 탁신 전 총리는 노란색 셔츠를 입고 방콕 형사법원에 등장해 취재진에 "아무 걱정 없다"며 "과거 쿠데타 세력이 권력을 강화하고 반대 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노란색은 태국에서 군부·왕족 등 보수 세력을 상징한다. 지난 20여년간 군부와 대립하던 탁신 진영 상징색은 빨간색이다. 탁신을 지지하는 서민층은 '레드 셔츠'로 불린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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