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심의 과정 대대적 개편
심의위원 316명 4단계 검증 거쳐
“평가지표 세부 조정안 안 나와
허울좋은 선언에 불과” 업계 일침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국토교통부가 최근 검찰 수사 여파로 도마에 오른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평가지표 세부 조정안이 나오지 않아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국토부는 종심제 심의 과정 전반의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달청 등이 발주한 감리용역 업체선정 과정에서 입찰 담합, 금품 수수 사례 등이 적발되면서다.
종심제는 설계, 건설사업관리(CM) 등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최저가 낙찰로 품질이 저하되거나 낙찰이 편중되는 부작용을 막고자 지난 2019년 3월 도입됐으나, 일부 업체들의 일탈로 로비 만연, 기술 변별력 부족 등의 문제가 지적돼왔다.
이에 국토부는 종심제의 부작용을 막고자 △평가지표 조정 △심의 과정 개선 △심의결과 공개 및 사후 평가 △심의위원 균형 배분 △해촉ㆍ처벌규정 △위원 명단 비공개 등을 추진한다.
먼저 주관성이 높은 현행 종심제 평가지표는 정성평가와 총점 차등제의 합리적 조정을 통해 개선한다. 설계와 건설사업관리의 심사기준을 구분하고,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한 항목들의 정량화를 추진한다. 평가지표는 연구용역과 검증을 거쳐 내년 심사 때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연내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사업계획 발표와 기술인 면접 시 표식을 사용한 업체에 대해서는 해당 심의 시 탈락 조치하고 최대 6개월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다. 사업 특성을 고려한 공통질문 전문화, 기술인 심층 면접 강화 방안도 담겼다.
특히 위원별 채점표와 평가 사유서 등의 심의 결과는 온라인 턴키마당을 통해 영구 공개하고, 사후평가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발주청, 참여업체, 심의위원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실시해 특이 동향을 확인하고, 심의 이력을 빅데이터로 구축,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심의위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발주청 소속 심의위원 비율은 50% 이내로 제한하고 △국토부 △타 기관 △교수 △연구원 위원을 균형있게 참여하도록 개선한다.
종심제 심의위원에 대해서는 해촉 규정을 명시하고, 중심위 위원(턴키 심의)과 동일하게 공무원 의제 규정을 적용한다. 입찰 담합, 로비 등 불공정 행위 업체에 대한 제재 규정도 강화한다.
심의 당일에 선정하는 위원 명단은 비공개하고 준법감시원을 배치하는 등 비리행위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도 다양하게 추진한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개선안 발표와 함께 종심제 제2기 통합평가위원회 316명에 대한 구성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위촉하는 위원들의 임기는 내달부터 오는 2026년 8월까지다.
특히 이번에 선발한 심의위원은 공공기관, 국립대, 주요 학회 등 기관장 추천을 받은 1341명 후보자 가운데 △자격 요건 확인 △성실ㆍ품위유지 의무 위반자 제외 △6차례 세부평가위원회 통해 심의 이력 검토 등 유례없는 4단계 검증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김태병 기술안전정책관은 “공정한 심의를 통해 기술력 있는 업체가 사업을 수주하는 등 종심제가 본연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이 같은 개선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중소 건축사사무소 A사 대표는 “종심제 폐단의 핵심은 정성평가 비율이 높아 심사위원들의 권한이 막강해진 데 있다”며 “이번 개선안에는 평가지표 세부 조정안이 나오지 않아 허울 좋은 선언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건축업계 관계자는 “위원들의 심의 이력을 전면 공개해 책임성을 강화한 부분은 바람직한 변화”라면서도 “심의위원 비공개 등 조치가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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