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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비엔날레 특수를 잡아라"…미술계 마케팅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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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02 15:46:30   폰트크기 변경      
화랑-미술관-경매회사들 다채로운 기획전....큰손 컬렉터-관람객 유치 총력


한국 미술계가 모처럼 북적인다. 4일 개막하는 키아프-프리즈 통합 아트페어를 비롯해 부산비엔날레(10월20일까지), 광주비엔날레(7일~12월1일) 등 굵직한 현대미술축제 시즌을 맞아 작품 판매와 고객잡기 위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경매회사들은 작가들과 직접 손잡고 컬래버레이션 판매행사에 나섰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 등은 미국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 비롯해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 유영국, 일본의 팝아트 거장 요시토모 나라, 재미교포 원로 조각가 존배, 극사실주의 화가 정명조, ‘자수 화가’로 유명한 함경아, 듀오 아티스트 그룹 '잇은' 등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노세환 노화랑 대표는 “역대급 아트페어와 비엔날레가 흥행하면 자연스레 미술품 판매와 관람객이 늘기 때문에 화랑과 미술관, 경매회사들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술계의 관심이 ‘미술장터-비엔날레 효과’에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점에 전시된 마크 로스코의 작품.    사진=페이스갤러리 제공


◆화랑업계 ‘비엔날레 특수’ 공략

국내 화랑들은 국내외 큰손 애호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전시 프로젝트를 가동, 모처럼 특수잡기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화랑 갤러리 현대는 재미 조각가 존배를 초대해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11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프랫인스티튜트를 졸업, 최연소 교수직을 역임한 존배는 철사 조각을 용접해 이어붙이는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현대는 전시회 이름을 ‘운명의 조우’로 붙이고 철사의 크기·질감·색감에 차이를 둔 다양한 기법의 작품을 비롯해 1960년대 초반 구성주의에 영향을 받은 초기 조각, 드로잉, 페인팅 작업을 내걸었다.

국제갤러리는 ‘자수 화가’로 유명한 함경아를 선택했다. 자수프로젝트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함경아의 작품 세계를 미술 애호가들에게 직접 보여준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함경아는 2008년 '자수 프로젝트'를 시작해 국내 화단에 돌풍을 일으켰다. '자수 프로젝트'는 다양한 의미를 담아 디자인한 도안을 중개인을 거쳐 북한의 수공예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면 다시 제3자를 거쳐 자수의 형태로 작가에게 돌아오는 작업 과정이다. 돌아온 자수 작품에 작가의 손길이 더해지고 캔버스에 엮으면 작품이 완성된다. 앙리 마티스가 샤를 보를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 수록된 시 33편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에서 착안한 작품,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화면처럼 다양한 직물로 된 리본

노화랑에 전시된  듀오 아티스트'잇은'의 모빌 작품.                  사진=노화랑 제공

테이프를 직조한 작업들이 흥미를 끈다.

노화랑은 김효정과 홍정욱이 참여한 두오 아티스트 그룹 ‘잇은‘을 라인업했다. 설치 작업을 담당하는 홍정욱과 평면 작업을 맡은 김효정은 2015년 노르웨이에서 만나 함께 작업하며,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조형미를 추구해왔다. 노화랑은 ‘인터(inter~)’란 은유적 주제로 10년간 몸부림치며 작업한 ‘잇은‘의 미학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PKM갤러리는 한국 1세대 추상화가 유영국의 회화 세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기획전 '유영국의 자연-내면의 시선으로'을 통해 그의 1950년대∼1980년대 예술적 궤적을 애호가들에게 세세하게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50년대 초기 작품부터 1980년대 색면 추상화의 길로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산을 모티브로 작업한 ‘Work’ 시리즈 등 34점을 마주하며 작가의 예술적 위상을 음미해 볼 수 있다. 유화 34점 중 21점이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유족들이 소장해온 작품들이다.

K-극사실주의 화풍의 미학적 특징을 탐색 할 수 있는 전시회도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가 지난달 29일 시작한 정명조의 개인전이다. '놀이터(Play-Ground)'를 주제로 검은 단색이나 조선시대 궁중화를 배경으로 여인의 뒷태를 세밀하게 그린 근작 20여점을 풀어놓았다. 난해한 현대미술이 판치는 화단에서 모처럼 극사실주의 작가의 예술적 위상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해외 유수갤러리들도 한국 판매전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정상 화랑 가고시안은 서울 첫 전시회로 미국 작가 데릭 애덤스를 띄운다. 3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개막하는 애덤스전에는 브루클린 스튜디오와 전 세계 뷰티 매장 쇼윈도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회화 시리즈를 공개한다. 알록달록한 가발을 쓴 마네킹 두상이 화면 위로 화려하게 등장하는 작품들이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는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이우환을 끌어들였다. 이우환이 직접 로스코 유족과 협력해 직접 큐레이팅했다. 전시장에는 2018~2023년 제작된 이우환의 대표 회화 작품과 1950~1960년대 로스코의 주요 작품들이 가을 화단에 잔잔한 미풍(美風)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시즌에 글로벌 미술계의 시선이 K-아트로 집중되는 만큼 미술품 경매회사들도 다양한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올해 처음 기획한 패키지 전시회 ‘2024 커넥트 서울(Connect Seoul)’를 열고 강남센터에 다채로운 미술 컨텐츠로 가득 채웠다. 일본 작가 요시토모 나라의 개인전(9월13일)을 비롯해 도예가 박영숙과 단색화 거장 이우환의 2인전(9월12일), 9월 메이저경매 프리뷰(9월10일), 미디어 아트 그룹전(9월10일) 등에는 벌써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미술품 값이 최근 1~2년 동안 30% 정도 하락한 데다 500여점의 작품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컬렉터들에겐 풍성한 '눈요기'를 할 수 있는 기회다.

필립스옥션은 송원아트센터에서 특별전 ‘푸른 세계로의 여정’을 열고 니콜라스 파티를 비롯해 우고 론디노네, 조지 콘도 등 글로벌 인기 작가들의 작품들을 내걸었다. 또 11월 25~26일 열리는 홍콩 근현대 미술 경매를 앞두고 하이라이트 작품들도 함게 소개한다.

◆미술관들, 관람객 유치에 주력

미술관들도 아트시즌을 맞아 다양한 기획전을 펼치며 관람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은 ‘파스텔의 마법사’로 불리는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를 ‘소환’했다. 작가의 기존 회화와 조각 48점, 신작 회화 20점을 비롯해 파스텔로 그린 대형 벽화 5점을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과 함께 내놓았다.

리움미술관은 가을 무대에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를 전격 출격시켰다.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해 실험적 작업을 해온 아니카의 최근작은 오는 5일부터 만나 볼 수 있다.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북유럽 출신 작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 작품전을 열어 대규모 공간 설치 작업 50여점을 펼쳐보인다.

아트선재센터는 설치작가 서도호를 기용했다. 서도호를 관통하는 키워드 ‘집’관련된 스토리를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이란 주제로 푸짐하게 풀어놓았다. 한옥 모양의 구조물을 영국 리버풀의 빌딩 사이에 구겨넣는 작품,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의 건물 옥상 끝에 위태롭게 올려놓은 한옥 등 그의 대표작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아시아 여성 작가들을 조명하는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을 3일 개막하고, 송은아트스페이스는 케링 그룹의 창업주이자 미술품 경매 회사 크리스티의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전을 4일부터 시작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에만 30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술 바닥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애호가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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