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분당서울대병원이 2동 2층 암센터 내 다목적 화장실에 ‘장루·요루 장애인’을 위한 세척시설을 설치했다고 6일 밝혔다.
장루란 항문 기능이 손상되어 정상적인 배변이 불가능한 경우, 소장 혹은 대장의 일부를 신체 복부 표면으로 빼내 만든 배변 통로인 ‘인공 항문’을 말한다. 장루 보유자의 85% 이상이 암과 관련된 수술이며 최근에는 암 질환뿐만 아니라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2동 2층 암센터 내 다목적 화장실에 ‘장루·요루 장애인’을 위한 세척시설을 설치했다. /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장루·요루는 괄약근과 같은 조절 기능이 없기 때문에 24시간 수시로 주머니를 비워주고 깨끗하게 씻어야 하지만 이 주머니를 비우고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국내에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환자들은 그 불편함을 말없이 감내해 왔다.
주머니를 제때 비우지 못하면 누출이 발생할 뿐 아니라 인공항문 주변에 묻은 배설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피부가 짓무르는 등 손상이 쉽게 발생한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외출시간에 구애를 받으며 공공장소에서는 혹여 냄새로 인해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까 봐 노심초사한다.
일반 변기를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일반 변기는 높이가 낮아 주머니를 비우기 위해 무릎을 굽혀야 하고 이 과정에서 옷이나 피부에 오물이 튀거나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세척시설 설치로 병원은 장루 또는 요루를 시술 받은 환자들의 고충을 덜어주며 이용 편의를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장루·요루 세척시설을 설치한 배경은 지난해 9월 외과 강성범 교수가 이사장으로 몸담고 있는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진행한 ‘대장암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에 있다.
당시 ‘장루 환자를 위한 화장실 실태 및 개선 방향’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이 큰 주목을 받았고, 분당서울대병원은 환자의 편의성 향상을 넘어 인권 보호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절감해 시설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큰 세면대처럼 보이는 세척기는 주머니에 찬 배설물을 처리하기 쉽도록 한국인 평균 키에 맞춰 설계됐다. 처리 후에는 일반 변기처럼 물을 내릴 수도 있다. 장루 세척기 주변에는 샤워호스가 있어서 환자들이 주머니와 인공항문의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현재 국내에는 장루 환자가 약 2만 명에 육박하지만 이들을 위한 전용 세척시설은 분당서울대병원을 포함 국내에 단 9개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당서울대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암센터 내 장루·요루 세척기 설치를 크게 반기고 있다.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정하 분당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장루·요루 시술은 사회 활동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덕우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장루·요루 환자의 대부분은 일상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의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되다보니 중증 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다”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이 환자들이 병원에서만이라도 편리하게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도 “분당서울대병원은 환자가 우선이 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특히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장루·요루 환자를 위한 세척시설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국내의 수많은 환자들이 위생적으로 수술 후의 일상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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