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재 5석인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아프리카 국가들 몫으로 두 자리를 증설하는 등 내용의 안보리 개혁 지지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리는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이러한 개혁안을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 대사 / 사진: 연합뉴스 제공 |
현재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중국·프랑스·영국·러시아)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 등 총 15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보리 의결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은 고정적으로 그 지위를 유지하며, 거부권이 없는 비상임이사국은 정기 선거를 통해 선출돼 2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로이터는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발표문 초안을 사전에 입수했다면서 여기에는 아프리카에 비상임이사국 3석을 배정한 기존 체제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현재 5개국인 상임이사국 수를 더 늘려 아프리카 국가들에 2석을 보장해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비상임이사국에서도 군소도서개발도상국의 몫으로 한자리를 증설하는 내용의 안보리 개혁을 지지한다고 발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군소도서개도국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포함해 광범위한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표가 “향후 어떤 시점에서 안보리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의제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아프리카 외에도 인도, 일본, 독일 등도 상임이사국으로 편입하자고 주장해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아프리카 대륙에 상임이사국이 한 나라도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로이터에 이번 발표가 미국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비상임이사국으로도 확대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안보리 개혁 지지는 미국이 최근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관계가 악화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태평양 도서국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와중에 나왔다.
안보리 개혁을 위해서는 이를 규정한 유엔헌장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193개국 중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로이터에 유엔 총회가 이러한 내용의 개혁 결의안을 두고 투표를 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보리 체제는 1965년 이후 큰 개편 없이 유지돼 왔지만 최근 10여년간 변화한 국제 정세에 발맞춰 이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중국 간 갈등이 깊어지며 안보리가 번번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관련 논의가 더욱 힘을 받는 실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 기자 yna@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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