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 : 연합 |
[대한경제 전주=이정수 기자] 전북지역 사립대학들이 대학평가 등에서 낮은 임금으로도 전임교원 확보율에 유용한 ‘비정년트랙’ 교수를 임용하면서 업무 강도는 높지만 임금은 ‘정년트랙’의 절반 수준만 지급한 것으로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교육부 글로컬대학30 선정대학으로 수천억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게 될 원광대와 원광보건대는 정년트랙 평균임금 대비 지역사립대 최저 수준인 4~50%대로 인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정년트랙, 업무 강도는 높아도 임금은 절반도 안 돼…‘차별’
13일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구 을·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사립대학의 전임교원 중 비정년트랙 교수가 근무하는 원광대와 전주대, 우석대, 호원대, 한일장신대 등 5개 사립대학의 해당 트랙 교수 연평균 임금은 정년트랙 교수의 54.6%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4대 사학(원광대·조선대·영남대·동아대) 가운데 한 곳이자 지난 8월 교육부 글로컬30 선정으로 5년간 2670억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될 원광대는 ‘정년트랙’ 교수 연 평균 임금이 9320만원에 달하지만, 이에 대비 ‘비정년트랙’은 4094만원(43.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사립대학 맏형격이기도 한 원광대는 1인당 학생 수도 ‘비정년트랙’ 교수가 102.62명으로, ‘정년트랙’ 교수 22.52명보다 4.6배나 많아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됐다.
전주대도 비정년트랙 교수의 연평균 임금은 4138만원으로 정년트랙 교수(8311만원)의 49.7%에 그쳤고,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공개된 지역대학 중 가장 높은 208.82명으로 정년트랙(34.45명) 보다 6.1배 많았다.
이밖에 △우석대(4166만원, 53.6%) △한일장신대(3660만원, 64%) △호원대(5100만원, 67%)도 비정년트랙 교수의 연봉은 정년트랙의 절반 수준으로 열악했다. 담당해야 할 학생 숫자도 정년트랙에 비해 많게는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원광대와 전주대는 학교법인에서 전문대학인 원광보건대와 전주비전대를 각각 두고 있는데, 이들 전문대의 비정년트랙 교수를 향한 임금 차별도 비슷했다.
지난 2020년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6~2020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현황’을 보면, 원광보건대는 정년트랙 대비 비정년트랙 연봉은 59.8%에 불과했다.
반면 전주비전대 비정년트랙 평균 임금은 정년트랙 대비 73.9%로, 원광보건대에 비해서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원광보건대 '글로컬대학 30' 선정 기념식/사진: 전북특별자치도 |
◆정년트랙 전환자는 극소수…원광대·원광보건대, 단 한 명도 없어
이처럼 같은 ‘전임교원’임에도 불구하고 정년트랙 교수에 비해 임금은 물론, 복지 및 근무 환경 등에서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는 ‘비정년트랙’ 제도는 2003년 도입됐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대학 현장에서는 사립대학들이 교육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의 대학평가에 주요한 지표로 규정하고 있는 ‘전임교원 확보율’을 낮은 임금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유지·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사립대학의 옹졸한 재정문제 해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비정년트랙 교수는 정년트랙 교수와 동일하게 고등교육법 등에 따라 까다롭게 교원임용 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임용 보고 및 등록되고 사학연금에도 가입되지만, 정년보장 없이 일정 기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사립대학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비정년트랙 교수는 ‘전임교원’임에도 불구하고 교수회의 참여 및 의사 결정권이 보장되지 않고, 정년트랙 교수에 의한 위계적 강의 배정, 차별되는 복지제도 및 연구지원 부재 등 법으로 보장되는 전임교원의 대우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는 비정년트랙 교수들을 정년트랙으로 전환하는 일부 대학들도 있지만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5년(2019~2024)간 비정년트랙에서 정년트랙으로 전환된 교수 숫자를 보면 △우석대 13명 △전주대 11명 △호원대 9명 △한일장신대 6명 등이다.
이마저도 원광대는 아예 정년트랙 전환을 운영하지 않아 최근 5년 기준, 단 한 명도 없다. 올해 교육부가 비정년트랙 실태 조사에 들어가자 이들의 신분보장을 위해 지난 6월에서야 전환 관련 인사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학교법인인 원광보건대는 현재까지도 비정년트랙의 정년트랙 전환 규정을 제정하고 있지 않다. 같은 전문대학이자 유지 및 경영 형태가 비슷한 전주비전대가 이미 인사 규정을 마련해 비정년트랙 교수를 정년트랙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원광보건대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선정(일반대+전문대 통합형)으로 원광대와 사실상 흡수 통합을 앞두고 있는 만큼, 비정년트랙 교수의 신분보장 등 대승적 차원에서 정년트랙 전환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평택대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22명을 모두 정년트랙으로 전환 임용하는 등 사립대학들이 비정년트랙에 대한 차별을 원천 차단하고 이들의 고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정년트랙 전환에 적극 나서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호 국회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교수가 지속해서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 불안정한 지위를 경험하고 있다면, 교육의 질은 저하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열악한 신분으로 차별받고 있는 비정년트랙 교원들에게 정년트랙 전환 기회조차 없이 방치하는 것은 교육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비정년트랙 제도에 대해 차별 시정 권고를 내린 만큼 원광대와 원광보건대 등 전북지역 사립대학들은 정년트랙 전환을 실질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주=이정수 기자 ssww9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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