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한국은행이 38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p 내렸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정부의 경기 활성화 의지에 박자를 맞춘 것으로 주택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그간 긴축을 유지했던 통화 정책을 전환(피벗)했다. 2021년 8월 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p 올린 이래 3년 2개월 만의 일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도 내려가면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된다.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집값을 상승시킬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반응이 시큰둥한 데는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가 빅 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데다 강화된 대출 규제가 더해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금리 0.25%p 인하만으로 부동산 경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이번 한은 금통위의 결정으로 종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주나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려는 수요자는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미 연준의 빅 컷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됐고 지난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금리 인하 효과 발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함 랩장은 “금리 인하에도 금융권 주담대와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수) 관련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진 탓에 주택 거래 총량과 매매가격 상승 움직임은 둔화할 양상이 크다”며 “연말까지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수도권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상승 피로감 누적으로 주택 매매 거래 월별 총량은 지난 7월을 정점으로 8월부터 주춤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8906건에서 8월 6161건으로 급감했다. 이날 현재까지 신고된 지난달 거래량은 2285건에 불과하다.
함 랩장과 마찬가지로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도 금리 인하 기대감 선반영과 대출 규제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로 꼽았다.
백 책임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 투자 심리를 부추길 수 있지만 앞서 금리 인하 시점이 올해 하반기로 기정 사실화하면서 주택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대출 규제 강화 기조로 금융 부담도 커져 매수세가 따라붙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여파가 당장 수도권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현장에선 실수요자에게 피벗과 함께 ‘주택 구입 전환’ 계기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조달금리 자체가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어 매입의 지렛대 역할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시장 금리에 반영된 측면이 있어 큰 영향은 없을 수 있지만 앞으로 계속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벌써 매수 시점을 문의해오는 수요자가 더러 있다”가 설명했다.
금리 인하가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서울 강동구 전문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기존에 내놨던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상황”이라며 “이는 전세 매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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