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에서 나온 ‘양국론’을 문제 삼아 14일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육군·해군·공군·로켓군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
이날 훈련은 대만을 에워싸는 6개 블록 형태로 펼쳐졌으며 중국군 군용기 125대와 함께 항공모함 랴오닝호 전단도 배치됐다.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리시 대변인은 이날 오전 5시(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14일 동부전구는 전구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조직해 대만해협과 대만 섬 북부·남부, 섬 동쪽에서 ‘연합 리젠(利劍·날카로운 칼)-2024B 연습’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리 대변인은 “군함과 항공기가 여러 방향에서 대만 섬에 접근하고, 각 군 병종이 합동 돌격할 것”이라면서 “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독립’ 도모 행동에 대한 강력한 충격과 공포”라고 강조했다.
리 대변인은 오후에는 중국 최초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항모의 정확한 위치는 불분명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중국 해경도 이날 오전 류더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해경 2901·1305·1303·2102 편대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순찰한다며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섬을 통제하는 실제 행동”이라고 밝혔다.
대만과 인접한 중국 동남부 푸젠성 해경은 이와 별도로 대만 관할인 둥인다오(東引島)와 마쭈다오(馬祖島) 부근 해역에서 검증·식별, 선박 승선 검사, 통제, 퇴출 등을 포함한 ‘종합 법 집행·순찰''을 실시한다고 했다.
중국은 이날 훈련이 지난 10일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한 라이 총통의 건국기념일 기념 연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대만 인근에서 역대 하루 최대인 125대의 중국군 항공기가 탐지됐다고 밝혔다. 또 중국군 함정 17척을 탐지했다고 덧붙였다.
중국군은 훈련 실시 발표 이후 13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알렸다.
리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14일 동부전구는 ‘연합 리젠-2024B 연습’의 각 과목을 원만하게 완료했다”며 “전구 부대의 일체화 연합 작전 능력을 전면 검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구 부대는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훈련과 전투 준비를 지속 강화하고, ‘대만 독립’ 분열 행위를 단호히 좌절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은 2022년 이래 네 번째다.
중국군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대만을 둘러싸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였고, 작년 4월에는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당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이유로 재차 대만 포위 훈련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20일 라이 총통 취임 연설을 문제 삼아 취임 사흘 만인 23일부터 이틀 동안 대만 포위 ‘연합 리젠-2024A 연습’을 했다.
이날 CCTV가 공개한 훈련 배치도를 보면 2022년 8월, 작년 5월 훈련 영역 중 일부 겹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는 형태다. 전개 병력과 대만 주요 도시의 거리도 차츰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 5월 훈련 당시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 본섬에서 24해리(약 44.45㎞)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의 훈련 개시 발표 직후 ‘비이성적 도발’이라고 규탄하며 “‘국군 상시 전투대비 시기 돌발 상황 처치 규정’에 따라 적절한 병력을 보내 대응했다”고 밝혔다.
또 라이 총통은 “나는 국경일 연설에서 대만은 중국과 방역 등 영역에서 협력하고 평화·공동번영을 추구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며 자신의 국경절 발언이 ‘독립’이 아닌 ‘협력’에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국제 사회 기대에 부응해 대만과 함께 국제적 책임을 지고 지역·세계의 평화·안보·번영에 공헌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 역시 “라이칭더 총통이 국경일 연설에서 중국에 선의를 표명하며 평화·안보·번영을 함께 지키자고 호소한 무렵, 중국은 고집스레 군사 훈련으로 대만 인민을 협박하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려 한다”며 “세계 각국이 권위주의적 중국 확장의 본질을 똑똑히 인식하고 실제 행동으로 민주 대만을 지지해주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도 우려를 표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자제력을 보이라고 촉구했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우리나라(일본)가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교도 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대만 포위훈련 개시 이후 방위상과 외무상을 만나 자신이 주장해 온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는 물과 불처럼 섞일 수 없는 것”이라며 외부 비판을 일축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이날 대만의 사설 예비군 훈련기관인 헤이슝 학원 관계자 2명이 ‘완고한 대만 독립분자’라며 처벌·제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합 기자 yna@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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