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아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ㆍ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북한이 31일 10개월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했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역대 최장 시간 비행 기록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신형 미사일과 발사 기술 등을 과시하며 군사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도 이날 ICBM 발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을 이례적으로 신속 보도하며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 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북한의 ICBM 도발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18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지 약 10개월만이다.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8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을 쏜지 43일만이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약 86분을 비행해 최장 비행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300㎞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정점 고도는 약 7000㎞로 파악된다.
이전 북한 ICBM의 최장 비행기록은 지난해 7월 12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고체연료 추진체계 기반의 신형 ICBM ‘화성-18형’으로 약 74분을 비행했다.
이에 따라 이번 ICBM이 화성-18형이 아닌 다른 종류의 ICBM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9일 12축 바퀴로 추정되는 신형 이동식발사대(TEL)를 공개한 바 있다. 기존 화성-18형은 9축 TEL을 이용해 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ICBM 발사현장에서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해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며 “우리 국가의 전략공격무력을 부단히 고도화해나가는 노정에서 필수적 공정”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입장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지 다섯 시간 만에 나왔다. 통상 미사일 발사 후 다음 날 관영매체 등을 통해 그 사실을 보도해 온 것과 다른 사례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한 ICBM 정상각도(30~45도)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 대선 전 위협적 도발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 불식에 나서면서도, 판 자체를 완전히 깨버릴 수 있는 ‘데드라인’은 넘지 않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ICBM 정상각도 발사와 제7차 핵실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상ㆍ담판 여지마저 남겨두지 않는 최후의 카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미측 전략자산 전개 하에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 한미동맹의 대응의지를 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은 미사일 발사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즉시 보고했으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들을 감시 대상으로 신규 지정하기로 했다.
이날 △고체추진제 △동체 △연소관 △구동장치 등 고체 추진 미사일 개발과 생산 전반에 필요하면서 북한이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15개 품목을 ‘고체 추진 미사일 분야 북한 맞춤형 감시대상품목’으로 새로 발표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