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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켜진 지하 안전] ‘땅속 내시경’ GPR 외면에 싱크홀 불안 키워…예산확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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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06 06:00:30   폰트크기 변경      
<중>지하공동조사의 허와 실

지특법에 따라 5년 주기 점검 의무
2022년 4018건…작년 496건 ‘뚝’
침하 발생 전국 2위 광주는 ‘제로’

GPR, 싱크홀 탐지 현존장비 최고
예산 부족 탓에 폭넓게 활용 못해
업체 선정 ‘기술보다 가격’도 문제
기후 대응, 예산집행 효율성 중요


차량형GPR 장비 및 공동탐사 데이터 분석 화면. /사진: 지오메카이엔지 제공
손수 조작이 가능한 핸디형 GPR 장비. /사진:  셀파이엔씨 제공



[대한경제=김민수 기자] 싱크홀 예방을 위한 대책은 지하 빈 공간(공동ㆍ空洞)을 사전에 조사ㆍ파악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정부는 최근 5년(2019∼2023년)간 5940㎞에 대한 지반침하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하지만 싱크홀은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대적인 조사에도 싱크홀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안전점검 방법 및 점검주기를 꼽는다.

일단 안전점검은 사람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육안조사와 GPR(지표투과레이더)을 활용한 장비조사로 나뉜다. 물론 GPR을 활용하는 장비조사가 보다 정확하고 세밀하지만, 대부분 육안조사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이 발간한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하공동 육안조사는 2019∼2023년 1만8560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1791건, 2020년 1819건, 2021년 2430건, 2022년 5567건, 지난해 6953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GPR을 활용한 장비조사는 총 5009건에 머물렀다. 눈여겨볼 대목은 2019년 80건, 2020년 101건, 2021년 314건 등으로 미미했다가 2022년 4018건으로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2018년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특법)에 따라 매 5년마다 GPR 공동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해에는 496건으로 다시 급감했다.

GPR은 싱크홀 탐지에 있어 현존하는 최고의 장비다. 그럼에도 폭넓게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예산 부족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서울시ㆍ부산시 정도만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실례로 광주시의 경우 최근 7년(2018∼2024년)간 지반침하 발생은 154건으로 경기도(302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지만, 지난해까지 GPR 공동조사는 91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법적 의무화한 2022년(83건)에 집중됐을 뿐, 지난해에는 단 1건도 없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가용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동탐사업계 관계자는 “현행 5년 주기 GPR 공동조사는 관성적인 예산 집행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법적 의무화를 떠나 실효성 있는 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예방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컨대 매년 장마철에 토사 유실이 많은데, 이때 집중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5년 주기에 구애받지 않고 우기가 길어지거나, 기록적인 폭우ㆍ폭염이 나타나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주기에 딱 맞춰 가용예산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기후나 기상 조건에 맞춰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 지반침하는 대부분 여름철 강우가 내린 뒤 집중돼 사고위험이 높은 반면, 건기나 겨울철에는 발생 건수 및 규모가 작아 사고위험이 낮다”면서, “공동조사 주기는 지자체별로 강우의 발생빈도 등을 분석해 결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검증되지 않은 GPR 장비업체들의 난립도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GPR 공동조사는 장비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초음파 같은 화면을 분석하는 분석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캐나다ㆍ호주ㆍ노르웨이 등에서 수입하는 GPR 장비 수준은 거의 비슷한 반면, 장비로 촬영한 화면을 판독ㆍ분석하는 기술력이 업체별로 천양지차다. 업력이 오래된 GPR 탐사 업체는 많은 노하우에 더해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접목하고 있지만, 단순히 장비만 임대 보유한 업체들에도 조사를 맡기며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하공동조사 시장이 커지면서 탐사업체는 3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지자체의 노력도 요구된다. GPR 공동조사의 경험이 풍부한 서울시나 부산시의 경우 현장테스트를 실시해 기술력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예산부족 이유로 기술적인 검증 없이 가격으로만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연우 지하공동탐사협회 회장은 “GPR 장비를 이용한 공동 분석은 쉽게 말해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암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암환자를 많이 치료해본 병원이 경험치와 노하우를 가진 것처럼 GPR 분석 역시 단순히 장비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예산 낭비 방지를 위해서라도 국가에서 공동조사 능력 검증을 상시 수행하는 정규기관을 지정, 검증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공동조사용역 입찰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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