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연합 |
생식권(임신·출산·낙태 등을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이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여성 표심의 향배가 주목받는 가운데 선거일 당일 터져 나온 막말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미국 CNN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일인 5일(현지시간) 0시를 넘겨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한 마지막 유세에서 여러 민주당 인사들을 공격하다 펠로시 전 의장을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펠로시 전 의장이 "비뚤어지고 나쁜 사람이다. 사악하고 역겨운 미친X(crazy bi--)"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표현을 소리 없이 입 모양만으로 여러 차례 반복한 뒤 "'b'로 시작하는 단어이지만 말하지 않겠다. 나도 말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이에 관중들은 환성을 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마지막 단어는 'bitch'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사전적 의미는 '암캐'이지만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로 쓰이는 말로, 우리말 중에는 '년'에 해당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 상대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향해서도 인신공격성 발언 등 막말을 이어왔다.
그는 지난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때는 한 관중이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매춘'을 했다며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함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이력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그녀는 그곳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하자 한 관중이 "그녀는 거리에서 (몸 파는) 일했다"고 외쳤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중석 쪽을 가리키고는 "여기는 정말 놀랍다"며 웃었다.
그는 이전에도 해리스 부통령이 성을 대가로 경력을 쌓았다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공유하거나, 세계 지도자들에게 "장난감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4일 애틀랜타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쓰레기"(trash)라고 불렀다.
밴스 의원은 연설 도중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쓰레기'(garbage)라고 부른 것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이틀 뒤에 쓰레기를 갖다 버릴 것이다. 쓰레기의 이름은 카멀라 해리스"라고 말했다.
여성인 상대 후보를 겨냥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이런 막말 행보는 여성 유권자층의 지지를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WP의 지난달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유권자층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번 선거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백지화해 미국을 발칵 뒤집은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첫 대선이라는 점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초박빙 판세를 한쪽으로 기울일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보수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해 연방대법원이 보수 우위로 기울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비하 막말'은 여성 유권자층의 더 큰 반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경합주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속 가정이나 사회적 공동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반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샤이 해리스'의 현장 투표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 선거캠프도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지막 유세에서 한 '미친X' 발언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있다고 WP은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