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사, 점조직 설치팀에 의존
대형 제조사도 협력사 없으면 소화 어려워
“60대 전문인력 은퇴 시 감당 불가”
그래픽:한슬애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인력 부족 문제는 승강기 업계 전반에 걸쳐 존재하지만, 설치 분야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기술적 요구조건 때문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음에도 젊은 인력의 유입이 차단돼 있다. 현재 60대가 주를 이루는 설치소장급 인력이 4∼5년 뒤 퇴직하면 각 건설 현장에 승강기 설치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승강기 설치 인력은 크게 대형 제조사 협력사로 일하는 전문업체 소속과 2∼3명의 팀 단위로 움직이는 점조직으로 나눌 수 있다. 대형 제조사의 경우 설치 전문인력을 직접 고용하기도 하지만, 그 규모가 작아 3∼4곳의 전문 설치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반면 중소 제조업체는 전문인력을 따로 두지 않고, 일감이 생길 때마다 설치팀을 섭외한다.
한 중소 승강기 업체 임원은 “같이 일하는 기술자 구성이 60대로 이뤄져 있다 보니 이분들이 퇴직하면 또다시 개별 인맥으로 사람을 구해야 한다”라며, “설치 시장은 프리랜서 개념이 잡혀 있어, 정규직을 고용해 교육에 투자하더라도 연봉에 따른 이직이 잦다. 1년 내내 설치 현장이 있는 것도 아니라 중소 업체가 직접 고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승강기 설치비용은 통상 현장당 사업비의 25% 내외로 형성돼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수주가의 12∼13% 수준이었는데, 설치 인력 수급 문제로 이 비용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숙련 기술자들의 연봉은 보통 1억원이 넘는다. 적지 않은 연봉이지만, 설치 업무의 강도가 워낙 세고 기술을 교육받을 곳도 마땅치 않아 신규 인력 수급이 어렵다. 또한, 전국구로 움직이는 설치팀 업무 특성상 일이 잡히면 한 달 이상을 현장에 머물러야 하다 보니, 가정이 있는 젊은 직원들이 기피하는 직종이 됐다.
이선순 한국승강기관리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승강기기능사 자격증 취득자는 매년 6000∼8000명씩 나오지만, 실제 설치 및 유지보수 현장에 뛰어드는 젊은 층은 많지 않다. 현장직이 3D 산업으로 인식되고, 실제로 혹한ㆍ혹서기엔 작업 강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라며, “기능사 자격증은 공고생이나 전기전공생이 많이 따는데, 전기 직군으로 취업하면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어 굳이 승강기 쪽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직원의 유입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외국 인력, 중장년층의 기술 교육 등 종합적인 인력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성현 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는 “국내 승강기 관련 학과는 승강기대, 서일대, 폴리텍대학 등에서 운영하지만, 실습 환경까지 갖춰진 전문 교육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 안에서 현장 전문인력을 충분히 양성하기는 어렵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단기 속성 교육을 확대하고, 비자 문제를 해결한 외국 인력의 장기 육성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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