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최근 격화된 국민의힘의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인한 불씨가 다음달 10일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친윤(친윤석열)계’를 당원게시판 여론조작 의혹의 배후로 의심하는 ‘친한(친한동훈)계’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올지 주목된다.
29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친한계’ 내부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원게시판 논란 등 내홍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게시판 논란 관련 당내 분란이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냐는 질문에 “영향을 안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는 “지난번에도 4표 정도 이탈표가 나왔다”면서 “(당시) 한동훈 대표가 ‘이건 당론이니까 막아야 한다’고 얘기했고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이거 우리 오해받으니까 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이탈표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지난 10월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결과 부결은 됐지만 여당 내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을 언급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또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명태균씨 관련 논란도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명씨 관련해서 대통령이나 여사와 관련된 게 좀 더 드러나거나 그런 폭로가 나와서 여론이 되게 악화한다거나 하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동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윤계’ 지도부는 계파간 추가 충돌을 피하기 위한 진화 작업에 나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며 “조금 냉각기를 갖고 생각할 시간들 갖도록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친윤계’ 인사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시 ‘친한계’를 중심으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과 관련해 “실제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축했다.
당은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도 당원게시판에 대한 공개 의견 표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권은 이번 재표결에선 여당 내 대거 이탈표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가 이탈표를 끌어내고 만들어내야 되는데 지금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갈등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물음엔 “맞다”고 답했다.
재표결 불발 시 가동할 ‘플랜B’ 상설특검도 추진중이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관련 규칙 개정안을 처리했다. 처리된 규칙 개정안은 수사 대상이 대통령이거나 그 가족일 경우, 소속 정당을 특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구성에서 배제하도록 한다. 상설특검은 개별특검에 비해 수사 기간이 짧고 인력도 적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을 피할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상설특검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전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현장 간담회에서 “상설특검을 추진한다고 하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만약 재표결에서 최소 8표의 ‘친한계’ 이탈표가 움직일 경우 여당 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친한계’ 내부에서도 한 대표가 특검법 찬성 표결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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