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축설계 및 CM(건설사업관리)업계는 건축경기 침체와 연이은 검찰의 LH 감리 입찰 담합 수사로 한껏 움츠렸다. 건축계는 거센 도전의 바람을 맞으면서도 창의적 설계와 혁신적 기술로 가능성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수놓고 일상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축가들의 열정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기에도 새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대한경제>는 올해 한국 건축을 주도해온 건축사사무소들의 여정을 조명한다. 이들의 철학과 비전, 대표작들을 통해 우리 건축이 그려나갈 미래 청사진을 살펴본다.
①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올 창립 34주년…업계 정상급 성장
국회소통관ㆍ서울추모공원 등 수행
김태만 “디자인 철학과 기술 조화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 부여에 고민”
시니어 주택분야 등 신사업도 확장
“건축은 심미적 완성도를 넘어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해안건축은 기술과 예술의 조화를 통해 공간이 지닌 본질적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태만 대표 Ⓒ김재경(제공_와이드AR) |
김태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해안건축) 대표이사 겸 CDO(Chief Design Officer)는 최근 <대한경제>와 만나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올해로 창립 34주년을 맞는 해안건축은 지난 1990년 4명의 직원이 속한 아뜰리에로 출발해 오늘날 건축, PCM, 도시, 조경, EV, 인테리어, 녹색건축 등 다양한 전문조직을 갖춘 업계 정상급 건축사사무소로 성장했다.
이후 국회 소통관, 서울추모공원, 국립항공박물관, 아모레퍼시픽 사옥, 세빛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설계 명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2010년대부터는 한국 건축의 세계화를 목표로 이라크,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조지아 법인을 세워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올해는 강북구 신청사, 평택시 행정타운 등 주요 공공건축물 설계를 도맡으며 도시 건축문화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강북구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투시도. / 사진=해안건축 제공. |
해안건축의 최대 강점은 설계 역량과 혁신적 기술을 융합한 ‘통합 디자인’에 있다.
창립자 윤세한 소장과 건축계 혁신사를 함께 써내려간 김 대표는 ‘자연, 사람,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로 살고 싶고, 가고 싶은 특별한 장소를 만든다’는 해안건축의 사명이 설계 역량과 브랜드 가치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건축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해안건축은 상투적인 해결책이 아닌 새로운 해석과 접근으로 차별화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설계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 통합 시스템 ‘HPDS(해안 프리미엄 디자인 솔루션)’을 선보이며 기술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HPDS를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설계의 완성단계까지 전주기적으로 디자인-마케팅 프로덕션을 원스톱으로 완성하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한 뒤 “파라메트릭 디자인, 환경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최적의 설계안을 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강북구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선정된 ‘강북삼경(江北三景)’은 이 같은 해안건축의 통합 디자인 역량이 집약된 프로젝트다.
강북삼경은 전통적 관공서 건축이 가진 권위적 외관과 폐쇄적 공간구성을 탈피해 원형의 역동적 매스와 저층부 광장을 통해 시민들에게 열린 청사를 구현했다.
김 대표는 “강북구청사는 단순한 행정업무 공간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일상적 문화공간으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서울 동북권역의 랜드마크이자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안건축의 디자인 역량은 시니어 주택분야 등 신사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평택시 행정타운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투시도. / 사진=해안건축 제공. |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오시리아 VL라우어(2025년 준공예정)’를 시작으로 국내 설계사 중 최초로 시니어 레지던스의 기획부터 상품개발, 설계까지 전담하는 사업모델을 제시하며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해안건축은 지난해 ‘해안 시니어 라이프 플랫폼(HSLP)’을 런칭해 하우징 특화 설계와 개발 인프라 확충에 나선 데 이어 시니어 케어 전문기업 ‘케어닥’과 협업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능동적이고 즐겁게 일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열정과 소명의식을 갖춘 인재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대표는 “디자인 차별성과 혁신, 지속가능성이라는 본질이 계승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에게 항상 자신이 조직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강조한다”며 “기술과 디자인 감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열정을 갖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건축가로서의 핵심자질”이라고 말했다.
AI(인공지능)기술이 건축설계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김 대표는 AI시대에도 공간에 대한 통찰, 소통과 설득 역량을 갖춘 건축가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대표는 “대지 및 프로그램 분석, 에너지 효율 시뮬레이션, 법규 검토 등 설계 초기 단계에서 AI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인간 중심적 사고와 통찰력, 창의성이 건축 설계의 요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건축이 지닌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혁신의지를 끊임없이 다져나갈 것을 조언하며 “건축을 통해 도시와 사회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30년간 해안이 지켜온 건축의 본질을 지키며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을 끊임없이 연구ㆍ적용해 한국건축의 청사진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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