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총리실 제공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지 닷새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농업 4법(△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가격안정법 △농업재해 대책법 △농업재해 보험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국회법 개정안 등 6개 법안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04년 고건 전 총리 후 20년 만이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사면법과 거창사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국무조정실장이 한 권한대행이었다.
한 대행은 “국회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정부는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 자세인지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며 불가피했음을 역설했다.
우선 ‘양곡관리법’에 대해선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머지 농업 3법들도 △과도한 재정 부담 △시장가격 왜곡 △도덕적 해이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국회증언 감정법’을 두고는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으며,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한 대행은 비상계엄ㆍ탄핵 정국 속에서도 6개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고심을 거듭해왔다. 야당의 탄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을 수용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도 각 부처에 해당 법안들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했는데, 부처 대부분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이 결국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야당의 압박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이날 재의요구권이 의결된 6개 쟁점법안 외에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을 두고도 고심하고 있다. 두 특검법도 내년 1월1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해 즉각적으로 탄핵을 추진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지금 당내에서 거부권 행사 관련해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면서도 “관련 논의는 현재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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