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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업계, 감리원 적정임금제 적용에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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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1-06 05:00:28   폰트크기 변경      
원가 이하 낙찰 공공사업, 임금은 상승

업계 인건비 부담에 인력운영도 어려워

기술인력 수급 차질…중소업체 소외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11월 자사 현장에 투입하는 건설사업관리(CM) 기술인력의 임금을 강제 규정하는 ‘감리원 적정노임 지급 확인제(이하 적정임금제)’를 도입한 가운데 CM업계가 인건비 부담 가중과 시장 교란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원가 이하로 낙찰받은 공공사업에서 임금을 예정가격대로 지급하도록 하는 모순된 정책이 시장 전반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5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LH는 현재 입찰 단계에 있는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2단계 조성공사 △국지도 23호선 도로개설공사 및 동탄2 차절 잔여구간 조성공사 △이천중리 택지개발사업 지구외도로 확포장공사 등 시공단계 CM용역 3건에 대해 적정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적정임금제는 LH가 CM용역을 발주할 때 제시하는 배치기술인의 등급별 노임을 최저선 이상으로 의무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게 골자다.

적정급여 기준은 매년 말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에서 공표하는 기술인 등급별 일 노임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기술인 등급에 따른 월간 기준금액은 특급 807만원, 고급 739만원, 중급 683만원, 초급은 522만원이 각각 책정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해 도입한 ‘건설사업관리기술인 적정임금 지급확인제’ 이후 처음 시도되는 유사 제도로, 적정 노임을 보장해 우수 기술인의 입찰 참여를 유도하고 감리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적정임금제 확산 조짐이 엿보이자 업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공 발주처의 목표와 달리 감리 품질이 저하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A사 임원은 “재작년 서울시의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관리’ 시스템 도입 이후 LH, 부산시를 넘어 민간 현장까지 관련 제도가 확산했다”면서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본사 인력 감원이 불가피한데, 이는 곧 전체 현장의 컨트롤타워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현행 입찰 구조상 업체 부담이 과중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공공공사 CM용역은 입찰 과정에서 예정가격의 약 80% 수준에서 낙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적정임금제 하에서의 기술인 임금은 예정가격 기준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해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술인 유지 비용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체들은 입찰 전부터 기술인을 고용ㆍ유지해야 하고 공사 중지 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발주처는 실제 투입한 인원과 기간에 대해서만 대가를 지급하고 있어서다.

기술인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LH 현장에 배치된 기술인과 타 현장의 기술인 간 임금 격차가 발생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건설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기술인들이 적정임금제 적용 현장으로만 쏠릴 수도 있다”며 “결국 타 발주처 사업의 기술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날을 세웠다.

중소업체의 입찰 기회 박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업체들의 기술인력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대형업체에만 입찰 기회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소수 업체만 참여하는 ‘입찰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이는 공동도급 제한 등 낙찰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LH가 추진해온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건설사업관리업체 B사 임원은 “중소업체와의 상생 환경이 저해되고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성급한 제도 시행보다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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