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첫날 행정명령들에 서명하고 있다. /EPAㆍ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 백악관이 트럼프 2기 집권체제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천명한 이른바 ‘핵보유국’ 발언과 배치될 수 있는 입장을 약 일주일 만에 내놓아 귀추가 주목된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국내 주요 언론사들의 서면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2기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를 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그의 강인함과 외교적 기질이 어우러져 사상 최초로 정상급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식 직후 북한 관련 질문에 “그(김정은)는 ‘핵 보유세력’(Nuclear Power)이 됐다”면서 “그가 나의 귀환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Nuclear Power’라는 표현은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5개 국가만이 공인받은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뉘앙스가 다르지만, 최소한 ‘비공인’ 또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되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과 같은 지위로 인정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도 1기 때와 접근 방식을 달리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핵 감축ㆍ동결 등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스몰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부상하기도 했다.
백악관의 답변은 이 같은 논란을 일축하며 비핵화라는 원칙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부 출범 초기부터 엇갈린 입장이 나오면서 현재까지 트럼프 집권 2기의 대북 정책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견해도 부상하고 있다.
또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상대를 압박하는 트럼프의 기존 협상 스타일을 고려할 때,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후 북한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은 미국이 ‘수세’를 자초하는 꼴이라 앞뒤가 맞지 않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북한은 강한 협상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의 ‘구애’와 ‘압박’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강경일변도’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하고 ‘핵대응태세 진화’ 의지를 거듭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외교ㆍ정치 문법을 손쉽게 깨는 트럼프의 스타일상 국제사회가 예상하지 못한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핵’ 문제 자체가 아닌 다른 포인트를 지렛대 삼아 경제 협력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핵 문제는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으며 ‘비핵화 원칙’ 명분은 살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정거리 제한 등 다른 주요 현안을 놓고 타결 지점을 찾으려 할 것이란 예측이다.
우방국과 동맹도 철저히 ‘실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가 이 과정에서 김정은이 요구하는 한미연합훈련 완전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ㆍ철수 등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보 컨트롤타워 공백기인 우리나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양립 가능하지 않다”며 “한국 정부와 사회는 미 행정부에서 나오는 모순된 목소리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체 핵무장을 통해 ‘남북 핵균형’을 이루면 미국이 ICBM 사거리 제한 등 대북 협상과 대중 견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등의 논리를 갖고 미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