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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가 해결해야 할 숙제, 북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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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03 08:46:51   폰트크기 변경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하고 “김정은은 내가 돌아와서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둘러싸고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능력 감축(핵군축)’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듯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핵화를 뒤로 하고 핵군축 협상을 추진할 것이란 우려를 일축하고,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에 따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후 미국은 ‘북핵불용’이란 원칙을 내놓고, ‘전략적 인내’(오바마 행정부), ‘최대의 압박과 관여’(트럼프 1기 행정부), ‘조율된 실용적 접근’(바이든 행정부) 등의 정책을 추진했지만 북핵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 북핵문제는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고도화되는 역설이 형성됐다.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외부 세계의 핵 저지 노력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북핵협상이 실패한 것은 1994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 이후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통제 가능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동결 대 보상’의 미봉책을 구사하며 북한 붕괴를 기다리거나, 북한위협론을 대중국전략에 활용하는 등 북핵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유일 패권국가로 부상한 미국이 먹는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웠던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북한문제’를 ‘중국문제’와 연계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극복하고, 북한붕괴론에서 벗어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교환하는 ‘안보-안보 교환’을 시도했지만 ‘하노이 노딜’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코언청문회 등으로 국내정치적으로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거래보다 거래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회담을 결렬시켰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부정적 역할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미온적인 태도, 일본의 방해 등도 노딜에 작용했다. 국내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가 재선을 염두에 두고 거래를 멈췄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트럼프의 재선 실패로 거래를 재개하지 못하고 북핵 고도화를 방치하고 말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더 이상 비핵화협상은 없다고 선언하고, 중재를 잘못한 남한에 화풀이 하며,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왔다. 수령체제 유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김정은 정권이 체제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러시아와 밀착하며 중국과 소원해졌다. 북한이 대한민국과 결별하는 것이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여 워싱턴, 도쿄로 가는 데 유리할 것이란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염두에 두고 북미협상 재개에 관심을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핵보유국의 전략적 지위와 영향력을 가지고 ‘자력갱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비핵-평화 교환협상의 문턱이 높아졌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강경대미대응원칙’을 제시하고 고농축우라늄(HEU) 핵시설을 공개하는 등 몸값을 높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협상을 늦추면 ‘통제 불가능한 위협’이 될 것이란 점을 과시하는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이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서 ‘생존의 중심고리’를 찾던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지금은 북러관계에서 ‘생존의 중심고리’를 찾으려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을 ‘관여’하는 것이 미중 전략경쟁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능력 감축(핵군축)과 제재 해제, 관계정상화를 교환하는 협상을 추진할지도 모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다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미협상에 ‘중재자’나 ‘촉진자’로 부상할지도 모른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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