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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첫날 행정명령들에 서명하고 있다. /EPAㆍ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문을 연 ‘관세 전쟁’이 확전일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도 관세를 도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당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EU에 대해 “3500억달러 적자다. 그래서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며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시점에 대해서는 “‘시간표(timeline)’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조만간(pretty soon)’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수지 불균형, 불법 이민, 마약 유입 문제 등을 재차 언급하며 “그들은 이를 중단시켜야 하며 중단시키지 못한다면 관세는 ‘상당히 세질 것(get a lot worse)’”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국민들이 받을 타격에 대해 “단기적으로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라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바꿀 것”이라고 확언했다.
‘타깃’으로 지목된 국가들의 반발도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전날 미국과 동일한 ‘25%’ 보복관세 대응을 발표한 캐나다는 상세한 부과 대상 제품 목록을 공개했다. 꿀, 토마토, 위스키, 냉장고, 변기 등 미국산 제품이 포함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은 정부 소유의 주류 판매점에서 미국산 맥주, 와인, 증류주 등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U집행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현재 EU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결정할지는 불명확하다면서도 “EU는 EU 상품에 대해 불공정하거나 자의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모든 무역 파트너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 부과가 전격적으로 보류되거나 실제 부과돼도 일시적인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경제가 사실상 통합돼 있어 관세와 보복 관세가 이어질 경우 3국 모두 연쇄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보복 관세로 인해 S&P500 기업들의 실적이 평균 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이번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의 핵심 인플레이션을 0.7%포인트 상승시키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번 조치는 캐나다에도 해를 끼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미국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고 싶다면 더 나은 길은 캐나다와 협력하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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