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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지윤 기자] 4년 만에 또다시 지식산업센터의 전매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식산업센터 관련 전매를 제한하는 규제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자는 지위 또는 건축물을 전매하거나 전매를 알선하지 못하는 동시에 제3자에게 전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외에도 △분양홍보관 사전 설치 금지 △입주업체의 업종 적합성 점검 의무화 등을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현행법상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규제가 부재해 투기행위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실수요 기업 입주비용을 상승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입주가 필요한 기업들의 입주비용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지속적인 산업발전을 도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지식산업센터의 전매를 제한하는 법안 발의된 바 있다.
과거 법안을 발의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전매ㆍ전대행위 제한규정을 신설해 지식산업센터의 부동산투기상품화를 방지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식산업센터 투기 및 불법 임대 방지를 위해 분양계약 체결 후 1년간 전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해당 법안은 위원회 심사까지 마쳤지만 최종적으로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4년 만에 다시 동일 법안이 제안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업용 시장은 일반 주거용 시장처럼 규제를 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지식산업센터만 규제할 명분이 없다며 지난 회기 때와 마찬가지로 통과되기 어렵다는 시선이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높은 금리와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업계를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목소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이 워낙 넘쳐나는 상황인데 전대를 금지한다는 건 업계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지식산업센터가 잘될 때 개인투자자들이 이른바 ‘알박기’를 한 다음에 임대를 해서 비싸게 팔거나 전매를 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며 “완전히 전매를 못하게 한다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지식산업센터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분양 쓰나미에 건설사들 휘청… 거래절벽 속 경매 급증
실제로 국내 저금리 시절 주택가격 급등에 정부 규제가 잇따르자 대체 투자상품으로 각광 받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최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각 진행 건수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과거 지식산업센터 분양 호황기 당시 국내 건설사들은 잇따라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뛰어들었는데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며 투자 열기가 식어 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식산업센터 공급 과잉으로 수요는 줄고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매각가는 하락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지식산업센터 매각 진행건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늘어나는 지식산업센터 매물에도 매각 매물은 저조해 매각률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경매시장에서도 지식산업센터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매각률은 △2021년 39.20% △2022년45.20% △2023년 28.90% △2024년 24.30%로 나타났다.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 거래량 역시 크게 줄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량은 지난 4년간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는 699건, 매매거래금액 286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021년 대비 각각 68.05%, 62.89% 줄어든 수치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는 더 큰 폭으로 매매량이 줄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매매 거래량이 2021년 3분기 1851건에서 631건으로 65.91% 줄었고 거래금액은 7964억원에서 2672억원으로 66.45% 줄며 60%대 하락을 보였다.
그러나 비수도권 거래량은 2021년 3분기 337건에서 지난해 3분기 68건으로 79.82% 떨어졌고 거래금액 역시 같은 기간 690억원에서 197억원으로 71.45%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지식산업센터 시장 침체 속 이번 전매제한 발의는 건설 시장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치솟는 금리와 국내외 높은 변동성으로 관련 PF사업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태영건설은 지난 2023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과 관련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를 막지 못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후 현재까지도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여전히 자금 조달과 부채 상환 문제 해결에 몰두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im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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