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루이지애나州 제철소 추진
포스코도 미국내 생산기지 검토중
車ㆍ배터리 등 미 핵심산업 연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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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계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 때와 유사한 조치로, 당시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려다 한국 정부와 협상 끝에 관세 대신 쿼터제로 대체해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에 대해 25%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11∼12일 정책 발표 후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이 관세가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은 한국 철강 수출의 핵심으로, 지난해 기준 금액으로는 1위(12.4%), 물량으로는 3위(9.8%)를 차지했다. 특히 수출되는 제품 대부분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미국 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에 주요 소재로 공급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관세 부과 발표와 관련,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비교적 차분한 반응이다. 이번 조치가 특정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강 제품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수요 감소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비한 구체적인 전략을 추진해왔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에 30억달러 규모의 일관제철소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이는 현지 생산으로 관세를 피하고 현대차의 미국 공장과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제조업 부흥’에 부합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철강 공급을 보장하는 ‘투자 선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포스코그룹도 복수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우선 미국 내 신규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하는 한편, 인도 시장 진출도 가속화한다.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포스코는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합작해 오디샤주에 연산 500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철강 시장이다. 철강 분석 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평균 7%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기술 경쟁력 강화도 핵심 전략이다. 포스코는 ‘CI2030’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원가를 30%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원재료 고정비와 정비비, 작업 협력비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3세대 자동차강판 개발에 주력해 미래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미국에 생산기지를 보유한 세아제강은 2025년까지 현지 생산설비를 현재의 2배 규모로 증설할 예정이다.
미국의 핵심 산업과 연계성도 적극 부각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동차, 배터리, 가전 등 미국의 주요 산업에 한국산 철강이 필수 소재로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에너지용 강관의 경우 미국 내 수요는 403만톤이나 생산은 276만톤에 불과해 한국의 수출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의 해당 품목 쿼터는 46만톤으로, 업계는 이를 늘리는 것이 미국의 에너지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철강, 자동차 등 업계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정부와 업계는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 등 군수산업 연계 가능성을 제시하며, 미국 국가 안보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후판을 미국 군함에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양국 간 안보 협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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