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정부 들어 첫 모든 나라 대상

對美 263만t 무관세 직격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ㆍ로이터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전 세계 동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도 처음으로 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서게 됐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10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철강과 알루미늄이라는 특정 상품을 대상으로 한 조치로, 트럼프 2기 들어 처음으로 세계 전 나라를 동시에 겨냥한 관세 조치 예고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협상을 통해 관세 대신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383만t)의 70% 수준의 쿼터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무관세 쿼터도 25% 관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비중은 전체의 13% 수준이지만, 미국 시장 내 수입 철강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한국 철강사들은 미국 현지 투자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식 관세폭탄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국 산업 보호와 해외 기업 투자 유치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미국 내 자동차 강판 생산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 계획에 맞춰,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저렴한 전기료와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탄소 배출 규제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철강사들도 미국 투자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는 트럼프의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멕시코·캐나다 관세가 막판에 유예된 것처럼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고, 포스코홀딩스도 “구체적인 행정명령과 개별 국가와의 협의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양사 모두 “기존 쿼터에 관세 부과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0일 철강협회 및 주요 수출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업계와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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