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강력 규제 신설에 존망 위기 우려”
[대한경제=안재민 기자]최대 2년의 입찰 제한 조치를 부과받을 수 있게 되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엔지니어링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를 뒤집어놨던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보다 강력한 입찰 제재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공사계약 일반관리비 요율 상향 △수의계약 시 견적서 제출 생략 금액 기준 상향 △용역계약 이행하자 발생 시 부정당제재 규정 신설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이 가운데 ‘용역계약 이행하자 발생시 부정당제재 규정 신설’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항목에 따르면 발주처는 △계약의 이행을 조잡하게 한 자 △계약의 이행을 부당·부정 행위를 한 자(최대 1년) 등에 입찰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용역 결과물에서 하자가 발생해 그 책임이 해당 용역 수행 업체(계약의 이행을 조잡하게 한 자)에 있다고 판단되면 발주처는 해당 업체에 보수비율(보증기간 중 보수비용발생 누계금액/계약금액)에 따라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2년의 입찰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보안·안전 준수사항 위반, 저품질 자재ㆍ인력 등을 투입한 ‘계약의 이행을 부당·부정 행위를 한 자’는 3개월에서 1년의 입찰 제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지난해 초 입법예고됐던 ‘행정안전부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보다 강력한 규제라는 반응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초 부실설계 입찰 제한 기준 신설, 입찰 제한 기간 확대(기존 4개월→13개월) 등을 담은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업계가 크게 반발하자 행안부는 부실설계 입찰제한 기준을 삭제하고, 입찰제한기간도 9개월로 완화한 수정 법안을 최종 시행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은 지난해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삭제된 부실설계 입찰제한 기준을 포함했을 뿐 아니라 부실감리 입찰제한 기준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입찰제한 기간도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보다 길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시행되면 업계는 존망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개정안에서 입찰 제재 대상으로 명시한 △계약 이행을 조잡하게 한 자 △계약 이행을 부당·부정 행위를 한 자 등이 설계 분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다른 관계자는 “설계는 창의적,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이며 결과물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며 “품질을 단순한 하자보수 비율이나 계약 이행의 조잡성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설계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고 발주청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입찰 제한 조치를 내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건설기술진흥법 등에서 부실 수행에 따른 제재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국가계약법에서 제재 기준을 신설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엔지니어링협회와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등 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도 이번 개정안에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12월 협회와 가진 간담회 ‘소프트웨어 구축·개발사업 및 수리·점검 용역’ 등 분야에 한정해 제재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며 “개정안이 애초 정부 방침대로 소프트웨어 분야 용역 제재 근거만 포함하도록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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