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언어모델, 실시간 데이터 분석
적합한 상품 추천 맥락까지 학습
이달 출시 ‘플러스 스토어 베타’ 등
총 4단계… 맞춤형 쇼핑 화면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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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생성형AI를 적용한 쇼핑 앱 '플러스스토어'에서 모든 사용자가 각자 다르게 이용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 네이버 단24 콘퍼런스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40대 워킹맘 A씨. 그가 접속한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앱 메인 화면에는 글루타치온 성분을 함유한 앰플, 남자 아이용 간절기 외투와 운동화, 산미가 강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가 뜬다. 대한민국에서 A씨와 똑같은 플러스 스토어 앱 화면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과거의 네이버 쇼핑은 ‘실시간 검색어’처럼 대중의 관심사대로 상품을 추천해줬다. 플러스 스토어는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사용자에 최적화한 상품을 제안한다. 빠르면 올해 안에 네이버가 선보일 AI 쇼핑의 신세계다. 2017년 2000만 개 상품을 대상으로 가격, 카테고리 등 고유 정보만 활용한 지 10년도 안 된 일이다.
A씨가 보는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화면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우선 그는 네이버 뉴스에서 글루타치온 성분을 다룬 기사를 본 후 해당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을 검색, AI가 요약한 내용을 훑어보고 가장 상단에 추천된 블로그를 클릭했다. 화장품 연구원 출신 뷰티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해당 블로그에는 글루타치온 성분과 이를 활용한 각종 화장품을 가격대별로 추천하는 글이 게시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격대와 성분 함유량 등이 마음에 든 특정 제품을 여러 차례 검색해 살펴봤다.
카페 투어가 취미인 A씨는 원두 로스팅을 직접 하는 서울 지역 카페를 네이버 지도에 저장해뒀다. 직접 방문했던 카페에는 방문자 리뷰도 꼼꼼하게 남겼다. A씨가 작성한 리뷰는 ‘산미가 적당하다’, ‘뒷맛에서 산미가 강하게 느껴진다’등과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지역 맘 카페에 A씨가 남긴 글도 단서다. A씨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들 개학할 때 어떤 외투 입어요?’, ‘줄넘기 많이 하는 남자아이 운동화 추천해주세요’같은 글을 남겼다.
이제 네이버는 A씨를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AI 분석 작업에 돌입한다. 물론 A씨가 회원 이용 약관에서 정보동의에 제공했으니 가능한 작업이다. A씨가 네이버에 남긴 모든 흔적을 분석한 후 알맞은 상품을 추천한다. 분석 대상 상품은 15억 건이다. 상품 자체의 텍스트 정보, 이미지를 분석해 일종의 ‘태그’를 달아준다. 같은 상품이라고 판단되는 상품에 공통된 태그를 달고, 세분화하면서 상품을 깊게 이해시킨다. A씨가 네이버에 남긴 흔적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실시간으로 분석, 상품을 추천할 맥락까지 학습한다.
A씨가 이용한 플러스 스토어는 네이버가 추구하는 AI 쇼핑 최종 단계다. 글로벌 빅테크, 쇼핑 플랫폼도 한국인 ‘사용자 생성 콘텐츠(User-Generated Content, UGC)’보유량과 다양성에서 네이버를 압도하기는 어렵다. 올해 1월부터 블로그 활동을 추가했고 7월에는 카페 활동을, 내년 1월에는 지도 활동을 추가한다.
4단계까지 가는 첫 걸음은 이달 출시하는 플러스 스토어 베타버전이다. 쇼핑 앱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구매와 사용에 필요한 정보, 인기 제품을 AI가 추천한다. 디지털ㆍ가전 카테고리를 시작으로 점차 상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게임용 PC’를 검색하면 △소음이 적은 △안정성이 높은 △확장성이 뛰어난 등 키워드에 맞는 상품과 사양을 제안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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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플러스스토어에서 제안하는 '이슈키워드'. AI가 해당 상품이 화제인 이유를 설명해주고 관련 영상 콘텐츠까지 추천한다. /사진: 네이버 앱 |
2단계는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쇼핑 테마와 트랜드 탐색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해외여행 필수 준비물’을 쇼핑 앱에서 검색하면 네이버 사용자들의 검색, 이용 결과를 분석해 상품군을 제안한다. 최우선 추천하는‘고속충전기’를 클릭하면 판매량, 리뷰 등을 평가해 상품을 제안한다. 단순히 가격 외에 AI가 리뷰를 분석해 충전 속도, 화재 안전성 등 키워드에 맞는 정보를 한 문장으로 제시한다. 개인 관심사는 아니지만 현재 유행하는 상품도 추천한다. 여기에는 실시간 검색어처럼 순위가 매겨진다. 화제가 된 이유를 AI가 요약해 알려주고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는 관련 콘텐츠까지 제시한다.
정경화 네이버 커머스 프로덕트 담당 리더는“쇼핑을 포함해 검색, 블로그, 카페 등 사용자 데이터로 다면적 맥락을 추정하기 쉽고 60만 스마트 스토어, 3000개 입점 판매자 정보 등 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는 물론 AI 기술 전반에서 경쟁 우위를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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