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고객 경험 극대화’ 전략
보이스 POP, 특가행사 신속 안내
AI 카메라는 계산대 오류 잡아내
상품가격 설정·민원 처리도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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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셀프계산대에서 사용 중인 AI 카메라 기술을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유통산업 전시회 NRF APAC 2024에서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마트 제공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에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하고 있다. ‘얼리어답터’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관심과 지원 덕이다. 정 회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서도 데이비드 삭스 트럼프 행정부 AIㆍ암호화폐 차르(총책임자) 등을 만나 유통업에 활용할 수 있는 AI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마트의 AI 활용은 정 회장의 경영 철학인 ‘고객 경험’에 맞춰져 있다. AI 기술을 △매장ㆍ상품 관리 △고객 응대 △업무 개선 등에 적용하는 최종 목표는 이마트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경험을 극대화하는데 맞췄다.
현재 가장 널리 활용 중인 AI 기술은 ‘보이스 POP(point of purchase, 안내 고지)’다. 생성형 AI 기업과 협업해 보이스 POP 체계를 구축했다. 이전까지 보이스 POP는 본사에서 성우가 직접 녹음한 후 각 점포로 보내고, 점포는 각 스피커를 통해 방송해 고객에게 알렸다. 사람이 직접 녹음하다보니 많은 상품을 취급하기 어렵고 시시각각 변하는 행사 가격이나 품목을 제때 반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마트는 AI 보이스 POP를 지난해 5월부터 전점에 도입했다. 취급 품목도 농산, 축산, 수산, 즉석조리(델리) 등 다양하다. 400여가지 목소리로 전단 행사, 특가 행사 등을 녹음해 즉시 송출한다. 행사 품목과 내용에 맞는 목소리를 선택할 수 있어 고객 주목도도 높였다.
계산시 오류를 줄이는 일도 AI가 맡는다. 계산대에서 점원이 상품 스캔을 추가 또는 누락하면 고객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 문제를 AI가 막아준다. 계산대에 설치된 AI 카메라는 점원이 상품 스캔을 누락하거나 계산을 잘못하는지 감지한다.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잘못된 경우 즉시 안내한다. 지난해 일부 점포에서 시범 운영을 개시했고 올해는 50개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객 상담도 AI가 돕는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전점에 도입한 디지털 상담 플랫폼은 고객의 상담문의 대기시간을 줄여주고 효율적으로 상담 처리를 지원한다. 점포별 대표번호로 고객이 전화하면 기존에는 대기 시간이 길었지만, 디지털 상담 플랫폼을 도입한 후 자동 연결되면서 수신율이 크게 향상됐다. 또, 고객이 단계별로 AI 챗봇에 문의하면 상담사가 해당 답변을 찾거나 알아보는 과정없이 AI가 빠르게 응대한다. AI 챗봇을 통해 빠르게 민원을 처리한 비율이 전체 민원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상담사 업무도 간소화하면서 대면 응대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이마트는 판매 상품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과정에도 AI를 사용 중이다. 대형마트의 핵심 직군은 상품 기획자(MD)로 각자 맡은 상품 카테고리별로 국내ㆍ외 산지, 제조사와 유통사 등을 발로 뛰며 최적의 상품을 찾아낸다. 상품정보를 대량으로 변경하거나, 전사 자원 통합 관리 시스템(ERP)와 연계해 상품 정보를 처리하는 반복 업무를 AI가 맡으면서 핵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상품 가격과 할인율도 AI가 정해준다. ‘AI 신선 마크다운’시스템은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팔리는 상품의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학습한 후 현재 재고를 고려해 최적의 할인율을 추천한다. 이를 상품 기획자가 확인한 후 결정하면 할인 가격을 반영한 라벨을 자동으로 발행한다. 기존에는 점포에서 카테고리별 담당 직원이 라벨기에 가격을 입력한 후 프린트 해 붙이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지난해 즉석조리코너 23개점, 수산코너 53개점에 적용했다. 올해는 적용 점포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의 필요와 불만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춰 AI를 활용, 본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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