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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안전관리자 ‘공급과잉’ 심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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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10 06:00:39   폰트크기 변경      

경기침체 속 현장 줄며 수요 급감
자격증 취득자 늘며 일자리 공백


[대한경제=박흥순 기자]건설현장의 안전관리자 ‘미스매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현장이 크게 줄어들면서 안전관리자 수요가 급감한 반면, 안전관리자 자격증 취득자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안전관리자 공급 과잉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9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안전관리자 선임가능 자격증 취득자는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5만4973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기사가 2만8636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안전기사 1만2564명 △산업안전산업기사 1만746명 △건설안전산업기사 3027명 등의 순이었다.

안전관리자 자격증에 도전하는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산업안전기사 응시자는 18만4760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51.8% 늘어 전 자격증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건설안전기사도 7만6629명이 응시해 1년 전보다 32.4% 늘었고, 산업안전산업기사 응시자도 8만6548명으로 산업기사 중 가장 많았다. 건설안전산업기사는 2만2234명으로 응시자 수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안전관리자 자격증 취득이 급증한 것은 지난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영향이 크다. 법 시행 초기 안전관리자 수요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자격증 취득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자격증 합격률은 △산업안전기사 54.3% △건설안전기사 63.0% △산업안전산업기사 46.9% △건설안전산업기사 67.1%에 달한다. 특히 ‘기사’ 자격증 중에서는 안전 관련 자격증이 가장 쉽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 건설경기 악화로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줄고 있어 수많은 자격증 소지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 자격증 취득자는 물론 경력직 안전관리자조차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기존 안전관리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일부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경력직 대신 신규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어 안전관리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전관리자 공급 증가에 따른 전문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 능력과 경험을 갖춘 안전관리자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관리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자 1명 뽑는데 수십명이 지원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며 “기업들은 안전관리자 선임이라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임금이 낮은 인력을 채용하고, 정작 안전관리에 대해서는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자격증 시험 난이도 재조정과 실무역량 강화 시스템이 필요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안전관리자 고용시장 자체를 확대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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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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