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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25% 관세 부과를 둘러싸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병합하겠다 밝히며,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되찾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달 동안에 이전 정부들 같으면 4년 할 일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걸고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트럼피즘’에 따라 독선적이고 일방주의적인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익 우선주의와 미중전략 경쟁을 핵심정책으로 내세우고, 미국이 전통적으로 표방했던 ‘세계의 경찰’ 역할과 자유무역체제를 거부하고 관세를 무기로 하는 보호무역을 전면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주력했던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는 ‘규칙기반질서’를 거부하고, 오직 국익중심의 거래에 집착함으로써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전통 우방 국가들과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를 ‘마피아식 거래꾼(뉴욕타임스)’이라고 비난하고, ‘채찍질 리더십에 세계가 지치기 시작했다(CNN)’고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만 해도 경륜과 덕망 있는 관료들을 발탁하여 외교안보분야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어느 정도 안정감을 유지하고 트럼프의 독주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2기 행정부는 트럼프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비교적 젊은 관료들을 대거 발탁하였다. 이들이 트럼프의 막무가내 식 독주를 견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 일론 머스크 이외에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관료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미국은 미중전략 경쟁을 내세우고 ‘중국 약화시키기’를 지속해왔지만 중국의 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 ‘딥시크’ 출시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글로벌 사우스(남반부 개발도상국가들)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에 의한 불확실이 높아져 미국경제는 위축되고 외국자본은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주가가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의 우방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밀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EU 국가들은 적지 않게 당혹해 한다. 지난 3년여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에게 유리한 휴전이 이뤄질 경우 유럽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자강과 함께 유럽중심의 안보협력체제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냉전시대 ‘키신저 구상’에 따라 소련으로부터 중국을 분리하여 미중 데탕트를 실현하고 중국의 근대화를 지원했던 미국이 이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으려는 ‘역(逆)키신저 전략’을 구현하려하지만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브릭스(BRICS)와 글로벌 사우스로 연결된 중국과 러시아를 분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크라이나 전쟁기간 동안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성장했다.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을 중국과 인도가 대량 구매하여 내수에 사용하거나 유럽 등지로 우회 수출했기 때문에 러시아 경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미국의 독주에 브릭스 경제권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다.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지금의 세계에서 보호주의는 시대착오적이고 성공할 수도 없다. 국익만 생각하는 ‘트럼피즘’은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고 있다는 점을 자인할 뿐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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