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형 입찰 첫 도입…“지속가능한 보급 기반 조성”
안보지표 신설…풍력터빈ㆍ타워ㆍ전선 등 국산업체 ‘희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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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은설희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정부가 올해 최대 3.5GW의 해상풍력을 입찰에 부친다. 표준 원전(OPR 1000) 3기를 넘는 물량으로, 2022년 풍력 경쟁입찰 제도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공기업이 사업을 주도하는 ‘공공주도형 입찰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해상풍력의 지속가능한 보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을 오는 5월 중 공고하고, 7월경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올해 해상풍력 공고 물량은 고정식 2∼2.5GW, 부유식 0.5∼1GW 등 총 3∼3.5GW다. 최종 물량은 입찰 사전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유효 경쟁률이 형성되도록 공고 전 재산출 예정이다.
낙찰사는 발전공기업 등 재생에너지 의무공급사와 계약을 맺고 20년간 고정가로 전력을 공급한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1GW당 약 5조원(고정식)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을 위해서라도 장기고정가 계약이 유리하다. 풍력 경쟁입찰 도입 첫해인 2022년에는 99㎿(1개)의 낙찰물량이 나왔고, 2023년 1.431GW(5개), 지난해 1.886GW(5개)의 물량이 낙찰된 바 있다.
매년 하반기에 진행하던 입찰도 올해부터는 상반기로 앞당겨 시행한다. 상반기 입찰 결과 및 하반기 입찰수요 등을 고려해 필요 시 추가 공고도 진행할 예정이다.
평가 방식은 지난해 도입된 가격(50점), 비가격(50점) 2단계 평가체계를 유지한다. 1차로 비가격지표만으로 제안서를 평가하고, 이를 통과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2차 평가에서 가격 및 비가격지표 합산점수를 평가하는 구조다. 비가격지표 중에선 안보 지표를 신설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장 조성 초기부터 에너지 안보, 석탄발전 전환 등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해상풍력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이번 입찰을 통해 정부 연구개발(R&D) 성과물의 사업화를 위한 실증사업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공공주도형 입찰제도다. 발전공기업과 지방공기업 등 공공이 과반의 지분을 보유해야 참여할 수 있는 입찰시장으로, 사업자로 선정되면 융자ㆍ보증 등 금융지원사업도 우선 지원받는다. 공공 단독 출자도 가능하며, 정부 R&D 기술을 활용한 실증 제품 활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공공주도형 입찰물량은 올해 배정된 해상풍력 물량 내에서 일부 할당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작년 최대 관심사는 고정식과 부유식 시장의 분리 여부였다. 올해는 공공주도형 물량이 얼마나, 어떻게 배정될지가 관건”이라며, “공공에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기술력 등이 검증된 고정식 물량으로 대부분 할당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 경우 올해 고정식 입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LS전선 등 최대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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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시 해저 케이블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
올해 해상풍력 경쟁입찰에서 안보 지표가 신설되면서 풍력터빈, 타워, 하부구조물을 포함해 국내 전선 제조업체까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광 생태계가 급속히 확산하는 과정에서 중국산 기자재에 시장 대부분을 내줬지만, 해상풍력 산업에선 과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해상풍력 경쟁입찰 평가에서는 기존 공급망 지표에 포함돼 있던 안보적 요소를 올해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시행에 따라 별도 항목으로 분리하고, 배점을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입찰까지는 기자재, 소재 공급망 구축 기여 등 공급망지표 16점을 배점해 그 안에서 안보적 요소를 함께 평가했다. 올해부터는 공급망 점수를 2점 줄여 14점으로 정하고, 안보지표 8점을 추가해 총 22점을 부여한다. 이는 비가격지표 50점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으로, 안보 측면의 중요성이 크게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단, 안보지표의 세부 평가요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안보지표 신설 및 배점 증가로 두산에너빌리티 등 풍력터빈 업체와 LS전선 등 해저케이블 제작업체가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풍력터빈 제품은 8∼10㎿급 모델을 개발했거나 이제 막 실증을 마친 상태다. 해외 선진 업체들이 13∼15㎿급 모델을 주력으로 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일반적인 경쟁 상황에선 국산 업체의 터빈이 채택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국산 터빈 또한 입찰 단계에서 함께 검토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풍력터빈은 종축으로 설계되는 풍력 발전기의 핵심인데, 기술력만 따지면 국산 제품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제도적으로 안보 지표를 명시하면서 개발사들이 국산 제품 도입을 검토하고, 제조사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국내 전선업체에도 희소식이다. 해상풍력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일반 전선이 아닌 해저케이블을 설치해야 한다. 해저케이블 제작 능력은 LS전선 등이 글로벌 톱티어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중국업체가 저가 공세를 펼치면 국내 해저 그리드망이 외산 제품에 점령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해저케이블이 우리 영해에 포설되면 한국의 해저지형이나 군사정보 등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성이 있다”며,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입찰 제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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