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올해 해상풍력 경쟁입찰에서 안보 지표가 신설되면서 풍력터빈, 타워, 하부구조물을 포함해 국내 전선 제조업체까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광 생태계가 급속히 확산하는 과정에서 중국산 기자재에 시장 대부분을 내줬지만, 해상풍력 산업에선 과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해상풍력 경쟁입찰 평가에서는 기존 공급망 지표에 포함돼 있던 안보적 요소를 올해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시행에 따라 별도 항목으로 분리하고, 배점을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입찰까지는 기자재, 소재 공급망 구축 기여 등 공급망지표 16점을 배점해 그 안에서 안보적 요소를 함께 평가했다. 올해부터는 공급망 점수를 2점 줄여 14점으로 정하고, 안보지표 8점을 추가해 총 22점을 부여한다. 이는 비가격지표 50점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으로, 안보 측면의 중요성이 크게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단, 안보지표의 세부 평가요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안보지표 신설 및 배점 증가로 두산에너빌리티 등 풍력터빈 업체와 LS전선 등 해저케이블 제작업체가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풍력터빈 제품은 8∼10㎿급 모델을 개발했거나 이제 막 실증을 마친 상태다. 해외 선진 업체들이 13∼15㎿급 모델을 주력으로 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일반적인 경쟁 상황에선 국산 업체의 터빈이 채택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국산 터빈 또한 입찰 단계에서 함께 검토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풍력터빈은 종축으로 설계되는 풍력 발전기의 핵심인데, 기술력만 따지면 국산 제품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제도적으로 안보 지표를 명시하면서 개발사들이 국산 제품 도입을 검토하고, 제조사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국내 전선업체에도 희소식이다. 해상풍력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일반 전선이 아닌 해저케이블을 설치해야 한다. 해저케이블 제작 능력은 LS전선 등이 글로벌 톱티어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중국업체가 저가 공세를 펼치면 국내 해저 그리드망이 외산 제품에 점령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해저케이블이 우리 영해에 포설되면 한국의 해저지형이나 군사정보 등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성이 있다”며,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입찰 제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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