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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기자 |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해탈해야 한다는 그 '사춘기'가 드디어 왔다. 올해 중학교 입학한 아들이 호르몬에 잠식당한 눈을 희번덕거리며 '어쩌라고'를 시전할 때마다 솟구쳐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자아성찰'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춘기 자녀를 상대한 탓인지 최근 시장을 보면 모두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부모)가 하지 말란 짓 다 하고 있다. 모 대기업도 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듯이 유상증자 등으로 주주이익을 침해할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쪽에서는 영혼 끌어 대출받아 집 사지 말라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네 마네 하지만, 사춘기처럼 '어쩌라고'를 시전하며 주택 매입 기회만 노리고 있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PEF) 규제를 완화해주며 자본시장의 메기 역할을 기대했던 PEF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기업회생절차에 보내버리는 등 자기합리화만 하고 있다. 마치 사고 크게 치고 온갖 변명과 궤변으로 자기방어하는 사춘기 자녀처럼.
부모 교육을 해주는 상담 선생님은 사춘기 반항에 대해 "내 것을 내 스스로 만들고 싶다. 내 인생 알아서 하겠다"는 이야기라며 어디서 쥐어터지더라도 스스로 깨닫도록 개입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대신 부모가 굳건이 중심을 잡고 '이것만은 절대 안된다'는 규칙만 세우라고 한다.
부모가 흔들리지 않고 잘 받쳐주면 불안을 떨치고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깨닫는다는 의미다.
최근 시장흐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춘기 자녀들이 부모(정부 규제)에 불안감을 느껴 반항하는 듯한 모습과 비슷하다. 계엄과 탄핵사태까지 겪는 등 정치적 리더가 부재하고 정부도 갈피를 못 잡는 혼란이 가중되면서 시장은 불확실성에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각자도생하려는 모습이다. 기업은 규제 틈새를 이용하려고 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그나마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부동산 등에 몰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부터 부동산 쏠림현상에 대해 강남 학군지 문제까지 지적했지만, 매수자들은 사춘기 자녀처럼 "알지도 못하면서 왜 저래" 하며 강남 부동산으로 더 몰린다.
엄마랑 아빠가 손발도 안 맞는다. 정부는 가계대출 관리하며 성장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도모하는 방향이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을 반복해버렸다. 시장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정부도 스스로 제시해야 할 정책과 폐지해야 할 정책을 선별하는 '자아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부동산만, 강남만 바라본다고 투기한다고 지적만 할 게 아니다. 정부가 지금의 시장과 기업·투자자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내부반성이 필요하다. 이제 새로운 정치 리더와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자기반성을 통해 시장과 투자자가 불안감을 줄이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사춘기 자녀는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한다고 한다. 시장투자자와 기업들도 정부가 굳건이 중심을 잡고 '하지 말 것'만 제시해주고 풀어준다면 알아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않을까. 사춘기 아들을 통해 인생을 다시 바라보는 어느 엄마의 빡침어린 생각이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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