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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윤석열 전 대통령 ‘사저 정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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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15 14:33:37   폰트크기 변경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을 당한 이후 1주일 만이다. 사저로 돌아가기 전 1주일 동안,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공관에서 적지 않은 정치인들을 만났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주자들 일부도 윤 전 대통령을 찾았다. 이런 만남들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에 관한 말들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사저 정치’가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권력의 속성을 생각할 때, ‘사저 정치’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은 잃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속성을 가진다. 또한, 권력은 한 곳에 집중되는 속성도 가진다. 즉, 권력은 집중되고, 그런 권력을 잃게 되면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혹자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DJ), 김영삼 전 대통령(YS) 그리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사례를 들며, 권좌에 있지 않아도 그 영향력은 발휘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분의 정치인들은 ‘지역 맹주’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역 맹주라는 것은 해당 지역을 ‘상징’을 의미한다. 이런 ‘상징성’이 ‘민주화 운동’, 혹은 ‘전두환 정권에 의한 탄압’이라는 서사와 만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권력이 생긴다. 이런 요소들을 통해 이들은 ‘자신의 정당’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정치인들은 권좌에 있든 그렇지 않든, 꾸준히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당시는, 지역 갈등이 우리 정치·사회의 가장 중요한 균열 구조였다. 이런 상황은 세 정치인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이 세 정치인과 다른 정치인들을 비교하기란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마지막 지역 맹주 역할을 누릴 수 있었던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역 맹주의 위치를 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이후에는 그다지 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지역 맹주이기는 하지만, 지역 갈등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상황이었고, ‘민주화 운동’이라는 서사도 없었기 때문에, 권좌에서 내려오면서 곧바로 영향력을 상실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보수 정당에 대한 장악력 역시, 과거 3김들의 정당 장악력에 비해서는 상당히 떨어졌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유사하다. 문 전 대통령 역시 지역 맹주가 아니다. 물론 문 전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서 어느 정도 민주화 운동의 서사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DJ나 YS만큼 정권으로부터 탄압받지는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팬덤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이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팬덤들도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즉, ‘친박’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문빠’들도 지금은 그 존재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앞서 언급한 권력의 속성, 즉 권력이 사라지면 권력과 관련한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윤 전 대통령은 지역을 상징하지 못한다. 또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서사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은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적도 거의 없다. 문재인 정권 말기에 검찰총장으로서 권력으로부터 ‘박해’ 받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과거 3김들이 받은 만큼의 탄압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이런 ‘박해’는 ‘민주화 운동’과도 관계가 없다.


더구나 윤 전 대통령은 보수의 적자(嫡子)도 아니고, 그래서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정당에 뿌리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행위를 아무리 이념적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권좌에서 내려온 이후에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 정치인 상당수는 이제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모든 구성원들은, 이제 대선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과연 언제까지 윤 전 대통령을 기억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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