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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미국 3대 주요 주가지수는 5.5~6.0%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적 관세 10%와 상호관세 20~50% 부과를 발표한 결과였다. 4월 9일 70여 개 국가 대상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한 후 3대 주가지수는 7.9~12.2% 급등했다. 이 기간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5% 포인트 급등했다.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 양상이 전개되었다. 9일 이후 달러 지수가 100 이하로 추락하며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최고의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와 채권의 신뢰도가 흔들렸다.
기업의 수익 창출과 증대를 위해서는 위험관리를 체계화해야 함을 주창하고 시카고학파 경제학을 태동시킨 나이트(F. Knight) 시카고대 교수는 1921년 “리스크, 불확실성과 이윤”이라는 저서를 통해 위험(리스크)과 불확실성을 엄밀하게 구분했다. 둘 다 미래의 알 수 없는 상황과 결과를 지칭하지만, 전자는 확률을 적용하여 추산할 수 있으나 후자는 발생 과정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를 함축한다. 과속으로 앞차를 추돌할 수 있는 경우가 리스크에 해당한다면, 신호등에 정차해 있다가 느닷없이 뒤차에 의해 추돌당하는 상황은 불확실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가 쏘아올린 공포탄 효과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 그 자체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그의 불확실성 조장 성향이다. 이로 인해, 언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바뀔지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협상 전략이라 하더라도, 관세 부과 예고, 유예, 근거 없는 산출 방식, 부과 발표, 재유예, 품목과 대상국의 차별, 보편화와 예외 적용 등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게임을 벌이고 있다.
사실 트럼프의 관세정책 기조는 최신 창작품이 아니다. 그는 이미 1987년 9월 2일 워싱턴포스트에 대국민 서한 형식으로 전면 광고를 게시했다. 원문을 보면, 미국이 수십 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면서 페르시아만을 비롯하여 세계를 지켜주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무런 경비 지출 없이 석유를 수송했고, 일본은 막대한 무역흑자와 경제 번영을 이루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보호 덕분에 부유해진 국가들은 이익기계(profit machine)이며, 이들로부터 미국의 농민, 노동자, 납세자에게 혜택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러한 상황을 미국 정치인들이 타협했고 방치했으므로 약간의 결단력만 내리면 된다고 설득했다. 이 국가들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세금을 부과해야 하여 미국의 경제를 성장시키는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트럼프의 약탈적 관세 부과에 대한 신념이 이미 38년 전에 확고했던 것이다. 이 광고 서한은 “위대한 미국이 더 이상 웃음거리가 되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라고 끝맺음했다. 그는 당시 3대 일간지 광고를 위해 사비 9만달러를 지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교역국들을 당황하게 하고 교란함으로써 협상력의 우위를 가져올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조차도 결코 이길 수 없는 두 가지는 ‘시장’과 ‘여론’이다. 정책과 전략의 변동성에 의해 시장에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미국 금융시장만이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위험 기피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금융거래가 위축되고 거래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화폐보다는 금과 같은 불변자산 선호도가 높아진다. 국제 유동성의 감소는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총체적 국제 거래비용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될 것이다. 백악관의 기대와는 달리 달러화의 가치와 안전 신뢰도는 하락할 것이고 대미 투자와 금융자본 유입도 감소할 것이다. 다시 위대한 미국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고물가, 저성장, 글로벌 신인도 약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최대의 적은 불확실성이다. 우리 경제가 가장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점도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당장은 부당한 관세 부과의 위협을 돌파할 복합적인 묘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언제든지 뾰족하게 파고들 트럼피즘의 자국 이기주의로 인한 불확실성의 여파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공포탄의 불똥은 오래갈 것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시장경제의 유령인 불확실성과 맞서도록 내몰리고 있다. 1987년이나 지금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은 여전히 길고 복잡해서 그의 이름 철자를 알아보기는 어렵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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