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국회서 불가능한 일”
조성현 수방사 경비단장
“불가능한 지시 왜 내렸나”
“위증하면 처벌” 증인 압박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직접 발언에 나선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칼에 비유하며 ‘칼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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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윤 전 대통령 측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에게 “국회에서 의원을 끌어내는 게 가능해 보이느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조 단장은 지난 14일 첫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 당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내부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반대신문에서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다고 했는데 가능해 보이느냐”고 물었고, 조 단장은 “불가능한 지시를 왜 내리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당성을 떠나 군사작전적으로 가능했느냐’는 질문에도 조 단장은 “군사작전적으로 할 지시입니까?”라고 되물으며 “군사작전에는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을 수 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측은 조 단장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임의로 해석해 부하들에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전달한 뒤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취지로 추궁했다. 조 단장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거듭 의문을 제기하며 “위증하면 처벌받는다. 정확히 말하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국회 안 인원은 국회의원이라는 거냐, 증인이 그렇게 지시했다는 거냐’라는 질문에 조 단장은 “제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부하에게 설명할 때는) 인원인지 의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전반적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원이 있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당일 출동 당시 실탄 대신 공포탄을 챙겨 가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느냐’며 질서유지 차원의 병력 출동이란 취지의 질문도 던졌지만 조 단장은 “안전이 목적이라는 건 사후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국회에 가서 질서 유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느냐’는 윤 대통령 측의 질문에 “질서 유지는 군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김 대대장은 앞서 첫 재판에서 계엄 당시 직속상관인 이상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정당한 지시인지 판단이 되지 않아 자신이 하달받은 임무를 부하들에게 내려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날 반대신문에서도 “누군가는 저에게 항명이라고 했지만, 상급자 명령에 복종하는 건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을 때 국한된다”며 “저는 조직에 충성하겠다. 저를 차라리 항명죄로 처벌해달라”고 주장했다.
김 대대장은 특히 이날 반대신문을 마치기 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다”며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했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검사 시절 윤 전 대통령을 이른바 ‘강골 검사’로 유명하게 만든 발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가 좌천된 윤 전 대통령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의 부당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면서 이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첫 재판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도 직접 발언에 나섰다.
그는 계엄을 칼에 비유하며 “계엄은 그 자체로는 가치 중립적인 것이고, 하나의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칼이 있어야 요리하고 나무를 베서 땔감도 쓰고 아픈 환자를 수술할 수도 있지만, 협박이나 상해, 살인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칼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다, 이렇게 도식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취재진의 법정 촬영이 허락되면서 피고인 자리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처음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피고인 전용 통로를 통해 법정에 나온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 둘째 줄 가장 안쪽자리에 앉아 굳게 입을 다문 채 맞은편 검사석만 바라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견을 묻는 등 절차를 거친 뒤 국민 관심과 알 권리를 고려하고 이전 유사 사례를 고려해 공판 개시 절차 전에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 자리에 앉은 것은 전두환ㆍ노태우ㆍ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전 대통령이 다섯 번째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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