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었고, 6월 3일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경선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여러 후보들의 선거공약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거공약들 중에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이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다. 그 내용은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헌법개정을 전제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등 사건에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관습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관습헌법이란 오랜 기간 계속된 헌법적 사항이 계속성, 항상성, 명료성, 국민적 합의 등의 요건을 갖춤으로써 국민들의 규범적 확신을 통해 헌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관습헌법에 위배되는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성문헌법에 명시함으로써 관습헌법을 깨뜨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습헌법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 대한 국민들의 규범적 확신을 깨뜨리는 것이다. 전자는 헌법개정으로 가능하며, 후자는 국민투표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제72조에 따라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해서 실시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헌법상으로는 수도 이전을 국민투표로 해결할 가능성도 닫혀 있다.
그러므로 수도이전을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동안 다양한 개헌 논의가 오랜 기간 계속되었지만, 수도이전 이야기는 중요한 개헌 이슈로 등장하지 않았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 사법부 코드인사의 문제, 감사원 소속 변경 문제 등의 권력구조에 관한 이슈들도 많았고, 지방분권의 강화에 관한 주장도 많았다. 정보기본권 등 새로운 기본권에 대한 주장도 많았지만, 수도이전 이슈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그만큼 수도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수도이전 문제가 처음부터 선거공약으로 시작되었고, 그동안 수도이전 문제가 선거 때마다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수도이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낮아졌던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수도이전 이슈가 충청권과 그밖의 지역에서 갖는 영향력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에서는 수도이전 이슈가 선거공약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재명 대표의 수도이전 공약이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지역을 개발하는 과학수도 공약과 맞물려 있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과연 충청지역 이외의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과거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국민들은 수도이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고, 찬반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그로 인해 수도이전 이슈가 대선공약으로 큰 효과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세종이 개발된 지 20년이 지난 오늘날, 정부 부처의 대부분이 이전된 세종시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다.
세종시로 정부 부처를 이전하는 예산은 막대했지만 그만큼 국민들에 돌아오는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세종과 서울을 왕래하는 부담이 매우 커졌으며, 그로 인한 불편 및 업무의 효율성 저하가 계속 문제되고 있다. 심지어 고속철도(KTX) 역도 세종이 아닌 오송에 있음으로 인해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이전을 위한 헌법개정이 쉽게 합의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개헌 이슈들 속에 섞어서 수도이전까지 하자는 것일까? 그런 식으로 수도이전이 관철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까?
수도이전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적어도 세종시로 정부 부처들을 이전하면서 소요된 –기회비용을 포함한- 전체 부담은 어느 정도이며, 이를 통해 얻은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그리고 수도이전을 통해 예상되는 비용과 효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추정치를 확인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이전은 성공할 수 없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