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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2기 임기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초기 행보는 동맹국과 적대국, 경제-외교-안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정책 폭주’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정국과 맞물린 우리나라로서는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외교 컨트롤타워 부재’로 협상에 불리한 상황에 처한 것에 더해 북미 외교 등에서 ‘패싱’ 논란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최근에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가 여러 차례 한국을 직접 언급하며 고강도 압박을 예고한 것과 달리, 막상 협상 국면에 들어가자 다른 나라에 비해 유화적인 태도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2+2 통상 협의’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양자 면담을 잇달아 열고 관세 협상을 본격 개시했다.
양국은 이를 통해 7월8일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7월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관세ㆍ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정책 등 4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는 데 공감했다.
무엇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미국 측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던 경제 외적 사안들이 의제로 거론되지 않은 것이 고무적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협의 후 브리핑에서 “방위비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저희가 예상하지 못한 요청이나 희망사항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이 유효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주력산업인 반도체는 물론, 알래스카 LNG 합작 투자와 미 조선업 재부흥 등 트럼프의 최대 관심사안에 한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압박 일변도’에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트럼프도 한미 협의 직후 “어떤 협상에서도 군대 문제는 다루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협상과 방위비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통상과 안보 등을 엮어 한 번에 처리한다는 ‘원스톱 쇼핑’ 구상과는 완전히 달라진 입장이다. 그는 지난 16일 일본과의 협의 당시에도 협상장에 직접 등판해 방위비 분담금 등 통상 외적인 사안들을 언급해 일본 측을 당혹하게 했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행보를 감안할 때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미가 약속한 7월까지 통상 문제를 협의하면, 이를 대가로 방위비 등 안보 현안에 대해 더 큰 요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한미 협의 후 “우리가 사실상 그들의 군대를 책임지고 있음에도, 무역에서는 공정한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무엇보다 ‘중국’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러-우크라 전쟁 경과, 북미 관계 향방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요구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의 핵심은 중국”이라며 “대중 견제에 동맹이 같이 가느냐 마느냐가 모든 것의 전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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