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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8년 만에 동맹관계를 전격 복원한다는 조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북한이 28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지원을 위한 파병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인정한 후 단 2일 만에 나온 공식 입장으로, 양국의 ‘혈맹’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를 계기로 내달 9일 러시아의 전승절 80주년 전후 북러 정상회담 성사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양국이 한층 더 밀착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북미 대화에도 중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공개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 입장문에서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쿠르스크 지역에 참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로(북러)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반 조항과 정신에 전적으로 부합되며 그 이행의 가장 충실한 행동적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파병이 이뤄졌으며,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 발동에 해당된다는 판단에 근거한 결정이라는 게 북한의 설명이다.
앞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도 지난 26일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에서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두 나라가 파병 인정 발표 시기를 긴밀히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완전한 ‘승기’를 잡았다는 점을 부각하고, 북한은 이에 기여한 대가로 경제ㆍ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어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입장문에서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면서, 특히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는 조국과 인민이 안겨주는 영생 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며 북측의 ‘희생’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승전이 “북러 친선 협조관계의 모든 방면에서의 확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신들 또한 파병 후 북한군이 전장에 빠르게 적응하며,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열흘 앞으로 다가온 전승절을 계기로 양국간 실익 ‘정산’을 위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나온다.
러시아는 전승절 행사를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성공을 알리는 이정표로 삼고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 각국 정상들을 초대했다. 김 위원장 초청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초청장이 갔을 공산이 크다.
북러의 파병 공식화가 미국이 중재에 나선 휴전 협상에도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처리 문제 등에 대해 북한 또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 3각 밀착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전례 없는 관세 압박으로 중국을 고립시키려 했던 미국으로선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트럼프가 3각 동맹의 균열을 위해 종전 협상 등에서 러시아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축 등 현실적 카드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매체 액시오스는 27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북미 대화 재개에 대비한 비공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과거 대화는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김정은은 지금 시점에서는 이에 진지하게 흥미를 느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화의 초점을 ‘군축’에 맞추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향일 경우 북한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다만 이 경우 이미 자체 핵무장론이 존재하는 한국과 일본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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