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날 공식후보로 인정안해”…당 지도부 비판
권영세 “11일까지 단일화 실패시 비대위원장 사퇴”
한덕수, 손학규 이어 이낙연과 만남 ‘개헌 연대’ 구축 합의
![]()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방문,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단일화를 두고 주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를 압박하며 단일화에 속도를 내는 반면, 김 후보는 ‘당 주도의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한 후보는 범보수ㆍ범진보 진영 인사들과 두루 만나며 개헌을 중심으로 한 ‘빅텐트’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 후보는 6일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을 만나 개헌 연대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 후보는 전날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ㆍ바른미래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 상임고문은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한 후보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대한민국이 악마의 계곡을 넘어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제7공화국으로 가도록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개헌연대를 구축해 개헌을 추진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이어 “두 집단(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힘)에 의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나아가 국가체제의 위기가 심화하는 현실 앞에서 한 총리(한 후보)와 지혜를 모아 새로운 희망의 계기를 찾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오찬 회동을 위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상석을 안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 고문은 김 후보를 향해 “어제오늘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몹시 실망했고, 사적으로는 아무 인연이 없습니다만 대학 동기인 분이 이렇게 변심할지 몰랐다. 시간이 많이 가기 전에 바른길로 들어서리라 믿고 싶다”고 언급했다.
제7공화국 출범을 위해 3년 과도정부를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한 후보는 “개헌을 제대로 하도록 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3년 뒤에는 물러나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하려고 마음 먹었다”며 개헌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단일화 협상을 두고 김 후보와 주도권 싸움 중인 한 후보는 이날 오전 관훈토론회에서 “단일화 실패는 국민에 대한 큰 배신이고 배반이 될 것”이라며 단일화 의지를 적극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단일화 협상 과정에 대해 당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지도부와 ‘당무우선권’을 놓고 충돌하기도 했던 김 후보 측은 당이 단일화 시한을 일방적으로 못 박는 등 대선 후보인 자신을 단일화의 들러리로 세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6일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단일화 약속을 무너뜨리면 국민배신”이라고 압박하며, “11일까지 단일화 실패 시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의원총회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연달아 개최한 당 지도부는 오는 10∼11일 중 전당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소집 공고를 낸 바 있다.
![]() |
국민의힘 이상민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 등 40명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은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여론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당원들 사이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김 후보를 강력하게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일화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성공 여부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에서 ‘필패’가 예상되는 만큼 양측이 어떻게든 단일화를 성공시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단일화 ‘시기’가 협상의 주요 키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는 한 후보 측은 단일화가 빨리 이뤄져야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는 반면, 김 후보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후보는 당 지도부의 단일화 압박이 계속되자 이날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식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대통령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세 차례나 했느냐. 서울에 올라가서 여러 현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성아 기자 jsa@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