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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6ㆍ3 대선의 최대 변수로 지목됐던 보수 후보 단일화가 초유의 당 후보 ‘패싱’ 논란까지 불거지며 난항이 지속되고 있다.
역대 대선마다 단일화는 판도를 뒤집을 회심의 카드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끝내 좌초되거나 예상만큼 시너지를 내지 못한 상황이 적지 않았다.
특히 1992년 14대 대선의 ‘3당 합당’과 1997년 15대 대선때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전후로는 모든 단일화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이다.
단일화에 실패한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첫 직선제로 치러진 대선이다. 군부 종식과 민주 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컸지만 야권 진영의 김영삼ㆍ김대중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통 끝에 결국 무산됐고, 두 후보 모두 대선에 출마하게 된다.
이에 당시 대선은 야권의 과반 득표에도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후보가 사실상 ‘어부지리’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최종 득표율은 노태우 36.64%, 김영삼 28.03%, 김대중 27.04%였다.
다음 대선인 1992년 14대 대선에선 김영삼 후보가 민정ㆍ민주ㆍ공화당간 ‘3당 합당’을 전격 성사하며 여당 후보로 나서, 41.96%의 득표율로 김대중 민주당 후보(33.82%)를 꺾고 당선됐다.
차기 대선인 1997년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구(舊)여권 인사라 할 수 있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연합을 성사하며 대선 4수 만에 당선됐다. 다만 단일화 과정에서 약속한 내각제 개헌과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 등은 DJ정부 출범 이후 이뤄지지 않아 ‘반쪽자리’로 남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3김(김대중ㆍ김영삼ㆍ김종필)’ 시대의 종식과 함께 열린 2002년 16대 대선에서 단일화 과정은 역대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로 꼽힌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사상 최초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고, 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선 것으로 결론나면서 최종 후보로 추대됐다.
그러나 차기 정부 구성 방식 등을 놓고 물밑 갈등을 이어간 끝에 정 후보가 대선 전날 노 후보와 연대를 전격 철회했다. 노 후보 측은 심야에 정 후보 자택까지 찾아가 재고를 요청하려 했지만 ‘문전박대’ 당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 대선 개표에서 노무현 후보는 48.91%의 득표율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58%)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며 반전이 일어났다. 정 후보의 지지 철회가 위기감이 높아진 잠재적 지지자들까지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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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미애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
최근에 이뤄진 대선판 단일화 과정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 2022년 20대 대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모두 단일화에 성공했음에도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2년 당시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은 단일화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방식 등을 놓고 갈등하다, 안 후보가 사퇴하며 ‘양보’하는 형식으로 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다. 하지만 대선 운동 과정에서도 캠프 안팎에서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고, 안 후보는 대선 당일 ‘미국행’에 나서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문 후보(48.02%)는 결국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51.55%)에게 패배했고, 안 후보와 문 후보는 이후 대표적인 ‘정치적 앙숙’으로 남게 됐다.
안 후보는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와 막판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이미 ‘대세론’을 형성한 윤 후보와 국민의힘으로 사실상 ‘흡수’된 결과라는 견해가 나온다.
이후 안 후보는 정부와 여당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다가 지난 계엄 정국에서 당내에서 드물게 ‘탄핵 찬성’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윤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지만, 이어진 대선 경선에선 최종 라운드에도 진출하지 못하며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김문수ㆍ한덕수 후보 단일화도 현재 진통을 겪고 있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극적 반전은 물론 단일화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정당에서 민주 절차를 거쳐 나온 후보를 누가 무슨 수로 교체한다는 건가”라며 “정치는 명분이 뚜렷해야지, 명분 없는 짓을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처음부터 빅텐트라는, 자신 없는 소릴 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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