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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기사 “고연봉? 실제론 새벽부터 밤까지 버텨야 닿는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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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13 22:11:53   폰트크기 변경      
“평균 연봉 6300만원은 오해”

주6일 장시간 노동 포함된 결과
“‘25% 인상 요구’ 사실 아냐”
“통상임금 적용은 법적 권리”
파업 배경엔 ‘장기화된 임금협상’


8일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 정류장 버스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고연봉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기사 평균 연봉이 6300만원에 달한다는 보도에 대해, 현장의 기사들은 “그 수치는 장시간 노동과 연장근무, 심야수당을 모두 더한 결과일 뿐”이라며 “고정급만 놓고 보면 실상은 그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13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에 따르면, 13년째 서울 강서구에서 650번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유경수 기사는 이날 시민과 언론을 향한 장문의 공개 편지를 통해 기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했다.

그는 “첫차의 굉음과 막차의 어둠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평균 연봉 6300만 원을 받는다는 보도는 우리에게 낯설고 고통스럽다”며, “실제로는 주 6일, 하루 11~12시간씩 쉼 없이 일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수치”라고 토로했다.

유 기사는 만약 일반 직장인처럼 주 5일 근무를 한다면 연봉은 4500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연장근무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삶을 사는 기사들에게 ‘고연봉’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너무 큰 왜곡”이라고 말했다.

“버티는 노동, 굽어가는 어깨”


8일 서울 강남구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서 서종수 위원장(가운데),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대표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 


유 기사에 따르면 시내버스 기사들의 삶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교대 근무의 연속이다. 새벽 3시에 출근하거나, 어떤 날은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간다. 교대 근무와 불규칙한 생활은 건강을 위협하고,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요통과 신체 질환은 만성적이다.


유 기사는 “아침 햇살 아래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좁은 운전석에 오래 앉아있다 보면 어느새 뻐근한 통증이 온몸을 휘감는다”라며 “50대 중반을 넘긴 동료들의 어깨는 굽고 손목은 굳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내버스 기사에게 ‘정년퇴직’은 있지만 ‘승진’은 없다. 유 기사는 “입사 초기에 어느 정도 연봉이 보장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호봉 인상은 연 수백 원 수준”이라며 “10년 넘게 일해도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은 지난 4월부터 통상임금 적용을 포함한 임금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통상임금이란 각종 수당을 포함해 실제 근로시간에 비례한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으로, 이를 적용하면 근로자의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수당이 현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서울시는 통상임금을 적용할 경우 약 25%의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 기사 등 현장 기사들은 “우리가 25%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노조는 현재 통상임금 관련 재판 결과를 신중히 기다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기화된 임금 협상… 파업은 ‘최후의 수단’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임금 협상은 현재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서울시내버스 노동조합과 사용주 단체인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은 수차례 교섭을 이어갔지만, 통상임금 적용 여부와 관련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영에 매년 약 1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하고 있으며, 기사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시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사들은 “서울시의 대중교통 체계는 전국 최고 수준의 환승 편의성과 저렴한 요금을 자랑하며, 이는 시민 복지의 일부로 자리 잡은 제도”라고 말한다.

유 기사는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시민의 삶을 잇는 혈관”이라며 “이 구조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버스노조는 지난 4월 말 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파업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고민 속에 협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기사의 권리를 무조건적인 고비용 구조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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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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