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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안전 A to Z] 화마 상처 아직인데 장마 걱정… 국도 비탈면 안전점검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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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15 06:00:23   폰트크기 변경      
경북산불 복구현장 가보니

집중호주 2차피해 우려 커져
드론 띄워 비탈면 선제 조사
균열·토사유출 막을 보수 작업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지난 13일 경북 청송군을 지나는 국도31호선과 맞닿은 비탈면.

얼마전 푸르렀던 산림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든 사상 최악의 산불이 휩쓸고 간 곳이다.

장마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도 비탈면 현장에선 국토안전관리원 직원들이 2차 재해를 막기 위해 긴급 안전점검에 구슬땀을 흘렸다.


경북 화재현장을 가로지르는 국도 31호선의 한 터널 입구가 화재의 흔적으로 검게 그을려있다. /사진:박흥순 기자


국도 31호선은 산불 피해 지역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며 화마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검게 그을린 나무와 황폐해진 토양 아래, 도로 주변 비탈면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웠다.

현장에서 만난 정하태 관리원 특수시설관리실 차장은 “산불로 인해 지표면의 식생이 대부분 소실돼 토양 유실 및 지반 변형의 위험이 매우 커진 상태”라며 “장마가 시작되면 집중호우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돼 긴급점검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도 31호선 주변은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의 생채기가 가득했다. /사진:박흥순 기자


이날 현장에서는 관리원 도로비탈면유지관리시스템(CSMS)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클리노콤파스, 토양 경도계 등의 장비가 들려있었고 한편에는 상당한 크기의 라이다(LiDAR) 장비를 탑재한 드론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규순 국토안전관리원 CSMS 팀원이 라이다 드론을 활용해 지반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박흥순 기자


잠시 후, “윙”하는 소리와 함께 라이다 장비를 탑재한 드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드론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비탈면 상부까지 날아올라 지형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드론 운영을 담당하는 박규순 CSMS 팀원은 “라이다 장비는 수십만개의 점 데이터를 활용해 3차원 모델을 만들고, 실제 지반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세한 변형까지 잡아낼 수 있다”며 “이번 점검에서는 의성, 영덕, 청송 등 20㎞ 이상의 산불 피해 지역 도로 주변 지형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산불로 소실된 식생 아래 감춰진 비탈면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클리노콤파스로 터널 입구 상부의 경사각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드론 점검과 동시에 다른 팀원들은 비탈면을 직접 오르며 클리노콤파스로 경사각과 경사 방향을 측정하고, 토양 경도계로 지반의 단단한 정도를 꼼꼼히 확인했다. 정하태 차장은 “산불로 인해 토양 속 유기물이 파괴되면 수분 흡수력이 크게 저하된다”며 “이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토사가 쉽게 흘러내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 본 낙석방지망의 와이어는 불에 그을려 피복이 벗겨지고 부식이 진행 중이었고, 비탈면 상단 배수로도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양 경도계로 국도 31호선 비탈면의 토양 변화를 측정중인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관리원 CSMS팀은 경북 산불 발생 직후인 지난 3월24일부터 피해 지역의 국도 비탈면에 대한 선제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점검 이후 CSMS팀은 그간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유지관리 대책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관리원은 5월 중순 진단을 마무리하고 점검결과를 관리주체인 국토교통부와 해당 지자체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마철 시작 전인 6월까지 보수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하태 차장은 “CSMS 팀은 첨단 장비와 축적된 기술력을 총동원해 산불 피해지역의 2차 재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비탈면 균열이나 토사 유출 등 산불 피해지역의 붕괴 징후를 발견하시면 즉시 관계기관에 신고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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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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